지난해 12월 독일 복스베르그에 있는 보쉬사의 자동차 성능테스트장(프로빙그라운드;proving grounn).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보쉬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그곳에서 의외의 자동차와 맞닥뜨렸다. 바로 기아자동차가 프로젝트명 ''BL''로 비밀리에 개발해 온 ''쏘렌토''였다. 위장막으로 가리고 있어 실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게 쏘렌토구나'' 하는 반가움은 감출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쏘렌토를 직접 만져보고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쏘렌토는 그곳에서 ABS(바퀴잠김방지 장치) 및 엔진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쏘렌토를 시승해 보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차량 내부도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위장막을 뜯어내고 벌거벗은 몸을 보고 싶었다. 쏘렌토의 테스트를 맡고 있는 보쉬사의 엔지니어 P씨를 졸라 허락을 받아내는 것은 싶지 않았다. P씨는 몇번이나 ''곤란하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비를 맞으며 졸라대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P씨는 마지 못해 취재에 응해 줬다. 직접 본 쏘렌토는 생각보다 차체가 컸다. 길이도 그렇지만 폭이 넉넉하게 보였다. 바퀴나 차체 곡선 등이 당당해 보일 정도로 고압적인 모습이었다. 단추로 채워진 앞부분 위장막을 제거하니 멋진 헤드램프가 모습을 나타냈다. 도요타의 RX300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줬다. 웅장하면서도 미끈한 앞부분은 최고급형 SUV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옆부분과 뒷부분 위장막은 차체와 접착돼 있어 벗기는데 실패했다. 대신 차량에 올라 내부를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비록 테스트용 차량이었지만 쏘렌토의 내부는 넓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외부에서 봤던 것보다 더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자인도 외부 모습 만큼이나 다이내믹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공간이 시원했다. 좌석도 크고 안락했다. 앞좌석과 뒷좌석 간의 공간도 다른 SUV보다 넓은 것 같았다. 내부를 살펴보고 차에서 내리니 P씨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였다. ''쏘렌토 최고''라는 표시였다. P씨에게 쏘렌토의 성능에 대해 물어보았다. P씨는 먼저 "파워가 엄청나다"고 했다. 순간 가속력도 웬만한 승용차를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아차가 수시로 새로운 성능의 테스트를 요구해 다른 차보다 테스트기간이 길었다"며 "그만큼 정성을 기울인 차"라고 말했다. 쏘렌토에 적용된 디젤엔진도 최첨단 커먼레인시스템이라는게 P씨의 강조였다. 위장막을 뒤집어 쓴채 빗속을 달리는 쏘레토의 리드미컬한 엔진음이 넓은 시험장에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