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의 증시여건이 환율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렸다. 사흘 내리 하락한 환율은 1,320원대로 복귀했다. 수급상황도 월말을 앞두고 공급우위가 뚜렷했다. 달러/엔 환율은 135엔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체된 흐름을 보여 달러/원에 대한 영향력이 줄었다. 이에 따라 원화와 엔화간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엔/원 환율은 이날 980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다음주 월말을 앞둔 네고장세의 강화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으로 물량압박감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환율은 135엔 이상으로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급등보다는 점진적인 상승이나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도 강한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쪽에 무게감이 실려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내린 1,327.6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 수급상황에 무게 = 달러/엔 환율이 135엔 진입을 앞두고 주춤거리고 있으나 상승기조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에 맞서 수급상황은 공급 쪽에 몰려 있다. 월말네고와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시장에 상당한 물량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큰 것.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엄청나게 불어나 물량 부담이 가중됐다"며 "다음주에도 순매수에 따른 달러공급 요인과 월말 네고물량 등의 수급상황이 달러/엔보다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거래는 1,320∼1,335원으로 예상된다"며 "달러/엔과의 연동성은 줄어드나 당국은 국책은행 등을 통한 개입이 있을 것으로 보여 하락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정유사의 결제수요가 있었으나 그동안 달러/엔 상승에 기댄 달러보유물량을 주말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덜어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달러/엔의 상승추세는 꺼지지 않았고 135엔 위에서 조정받을 것이란 견해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주는 이번주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으나 하락 추세로의 전환은 아직 이르다"며 "월말 네고 등이 있으나 달러/엔이 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급락할 것 같지는 않고 1,320원에서 1,330원대 초반 정도의 흐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증시의 ''힘''이 시장 압도 = 달러/엔 환율이 135엔 진입에 망설이는 틈을 타 외국인의 4,000억원을 넘어선 주식순매수 등과 공급우위의 수급상황이 시장을 압도했다. 이날만 1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순매수분에 따른 공급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째 1,000억원 이상의 주식순매수를 보인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266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 지난해 12월 6일 3,396억원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7개월중 최대 규모인 77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틀간 순매수규모가 6,000억원에 달해 다음주 초 상당한 물량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또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6.97포인트, 2.24% 오른 774.68에 마감, 2000년 7월 21일 783.06에 마감한 이후 최고가를 보여 달러매도를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반면 달러/엔 환율은 잠시 134.90엔대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대체로 134.60∼134.80엔의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전날 뉴욕에서 앨런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경기회복 근접 발언에 힘입어 3년중 최고치인 134.68엔에 마감한 바 있다. 달러/엔은 오후 4시 46분 현재 134.69엔을 가리키고 있다. 엔/원 환율은 달러/엔의 정체에도 불구, 달러/원의 하락으로 장중 100엔당 983원선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재경부는 오는 28일 5,000억원 규모의 외평채를 입찰한다고 확인, 환율하락에 대한 경계감을 강화시켰으며 달러매수에 나서 과도한 엔/원 환율 하락을 막을 것임을 시사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50원 높은 1,331원에 시동은 건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고점인 1,333원으로 올라선 뒤 서서히 뒤밀리면서 10시 10분 1,329.5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저가매수세로 반등, 1,330원선의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띠던 환율은 달러/엔의 반락을 따라 11시 14분경 1,328.40원으로 몸을 낮췄다. 이후 달러/엔의 반등으로 1,328∼1,329원을 오가던 환율은 11시 40분경 1,328원까지 저점을 낮춘 뒤 1,328.60원으로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낮은 1,328.2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저점을 거듭 내렸으나 한동안 1,327∼1,328원을 오가는 횡보세를 보였다. 그러나 반등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매도세가 가중, 3시 17분경 1,326.60원까지 몸을 거듭 낮췄다. 이후 환율은 1,327∼1,328원을 횡보했다. 장중 고점은 1,333.00원, 저점은 1,326.60원으로 장중 6.40원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1,3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1,4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5,500만달러, 2억6,670만달러가 거래됐다. 26일 기준환율은 1,328.60원으로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