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10년에 걸친 장기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서게 된 작년 하반기부터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30엔대로 오르고,원화환율도 달러당 1천3백원대로 올랐다. 최근에 엔화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유지돼오던 엔·원의 달러에 대한 상대환율 1:10이 깨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위 30대 수출품목 중 반도체 승용차 컴퓨터 선박 통신기기 등 13개 품목이 공통되고,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 45%,일본이 39%로 양국 간 수출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원·달러환율뿐 아니라 원화와 엔화의 달러에 대한 상대환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박의 경우 1:10이 유지되지 않으면 수주가 어렵고,자동차의 경우 같은 차종의 가격차가 3천달러 이상 나지 않으면 일본차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떤 설문조사에 의하면 원·엔의 달러에 대한 상대환율 1:10은 수출을 포기하거나 내수로 돌아서기 시작하는 ''수출포기점''이다. 수출업체가 바라는 ''적정상대환율''은 1:11 가까운 곳에 있고,''손익분기점''은 10과 11의 사이에서 움직인다. 최근까지 1:10 이상을 유지하며 동조현상을 보이던 원·엔 상대환율이 ''수출포기점''이하로 깨지게 된 주요 요인은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에 의해 엔화약세를 보일 때 원화강세가 유도됐기 때문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IMF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적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부인해온 적이 있었는데,아직도 ''환율은 시장에 맡기겠다''고 말하는 외환당국자가 있다. 수출여건을 부당하게 개선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manipulation)하는 것은 안되지만,상대국이 부당하게 환율을 조작하거나 주식시장의 자금유입같은 자본거래에 의해 환율이 불안정하거나 균형을 잃으면 외환시장에 개입(intervention)하지 않는 정부가 없다.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G5 재무장관들이 모여 엔화를 달러당 2백60엔에서 1백30엔으로 1백% 절상하기로 한 ''플라자합의(Plaza Accord)''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일본의 미국 수출가격이 배까지 오르고,일본의 대외자산은 엔화기준으로는 반토막이 돼버렸다. 부동산가격의 하락을 시작으로 일본경제의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아무리 정리해도 계속 나오고 일본경제는 올해도 ''잃어버린 10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외환딜러는 환율을 올리며 ''불을 놓고'',외환당국은 일정수준을 넘으면 ''불을 끄는'' 게임을 통해 알아낸 ''실링''과 ''바텀''을 한계로 하는 ''밴드''안에서 ''개입된 게임''을 한다. 정부는 외환시장에 계속적으로 ''시그널''을 보내면서 대외거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자율에 방임해서도 안되지만 통화가치 안정을 통한 물가의 안정을 위해 끊임없이 평가절상을 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는 중앙은행에 맡겨서도 안되고 그러는 나라도 없다. 지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년간 반도체를 제외하면 6백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고,수출기업의 임금은 매년 18% 전후로 상승해 대외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도 ''경쟁력 10% 높이기''캠페인을 벌이며 절하시켜야 할 환율을 오히려 2.5%까지 절상시켜 결국 ''IMF 사태''를 맞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연말 이코노미스트지가 조사한 ''빅맥가격''은 미국 2.59달러,한국 2.42달러,일본 2.31달러,대만 2.03달러, 중국 1.21달러다. ''빅맥지수''로 보면 원화는 일본에 5%,대만에 19%,중국에 1백%나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다. 지난해 수출이 12%나 줄어들었는데,올해 원·엔의 달러에 대한 상대환율이 1:10을 유지하지 못하면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엔·달러환율이 최악의 경우 1백40엔으로 상승하고 미국이 이를 용인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1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외국환평형기금의 운용을 통해 최소한 ''경상거래의 균형''을 이루는 수준으로 환율을 운용하는 것은 한국경제를 지키기 위한 ''주권행사''에 속하고,원·엔의 달러에 대한 상대환율이 ''수출포기점''인 1:10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정부의 의무''에 속한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