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상인의 역사는 4천년 정도로 꼽는다. 상(商)이라는 말의 어원은 원래 원시촌락의 이름이었다. 그 촌락은 지금의 허난성 상구(商丘)시 남부에 있었다. 이 마을을 세운 시조 설(契)은 치수공사에 공을 세워 이 땅을 봉토로 받았다. 기원전 16세기에 이르러 설의 14대손인 탕(湯)이 군사를 일으켜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지금의 산둥성 조현(曺縣)의 남쪽에 도읍을 정했다. 상(商) 왕조는 이렇게 탄생했다. 상은 은(殷)으로도 불렸다. 은이 망한 후 들어선 주(周) 왕조에서는 과거 상나라 사람들이 농업에 못지 않게 장사에 능하다는데 착안,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상인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때부터 상인,상업이란 말이 자리를 잡았다. 중국 상인들은 장사를 번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몇가지 습속을 지니고 있다. 일종의 좌우명이기도 하고 관습이기도 하다. 첫째는 온화한 태도가 재물을 낳는다는 것. 겸허하고 예의 바르게 접대하는 태도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얘기다. 둘째는 고객에겐 항상 감사하라는 것. 상품을 사든,사지 않든 손님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라는 것이다. 셋째는 어린이와 노인을 속이지 말라는 것. 넷째는 길한 숫자를 택하라는 것. 중국인들은 8과 6을 최고의 숫자로 여긴다. 8은 발(發:부자가 되다)과,6은 녹(祿:재물)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중경영자문연구소의 원성환 대표는 "중국 상인들은 3가지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고 설명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먼저 공가(公價). 타지에서 온 손님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애당초 값이 높게 책정돼 있다. 현지가(現地價)는 이웃 주민들에게 파는 값. 에누리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호가격(友好價格). 친구에게 주는 가격이란 뜻으로 거의 원가에 가깝다. 우호가격에서 이윤을 못내는 몫을 공가에서 벌충하는 셈이다. 이런 상술을 중국상인들은 전혀 부도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에게 싸게 팔아 그와 선린관계를 맺는게 장기적으로 큰 자산이 된다고 여긴다.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 속의 거인으로 우리 앞에 다가섰다. 싫든 좋든 중국은 놓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다. 4천년 역사의 중국 상술을 모르고서는 무역하기 힘든 시대가 머지않아 다가온다는 얘기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중국시장을 노리는 우리 기업들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가 아닐 수 없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