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gjoo@kitech.re.kr 2001년 10월15일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1997년 말 IMF사태 당시의 가용 외환보유고 88억5천만달러에 비하면 무려 1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구제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불과 4년 만에 금고 가득 달러를 채울 수 있게 된 힘은 ''수출''로부터 퍼올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수출의 90% 이상이 제조업 제품인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수출의 힘은 곧 제조업의 힘이다. 그동안 쌓아온 제조업의 기반은 40년 전 전통적 농업국가로 분류됐던 한국을 메모리반도체·선박 수출 1위 국가로 성장시켰다. 1950∼60년대는 소재·금속·기계기술 강국 독일의 제조업 전성시대였다. 일본은 여기에 전자기술을 결합,70∼80년대 제조업 최강자로 등장했다. 그 사이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군사경쟁으로 제조업을 살필 여력이 없었으나 냉전 종식과 함께 개막된 90년대부터 컴퓨터와 정보기술(IT)로 제조업의 새 지평을 열어놓았다. 미국이 열어놓은 새로운 지평 위에 2010년께 우리나라가 제조업의 전성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게 나의 믿음이다. 이같은 징후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선 제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혁신을 꼽을 수 있다. 기술정보 파악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대략 10가지 단계를 밟아 이뤄지는 제조업의 구성요소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독 ''생산''한 가지에만 치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IT를 통해 그간 소홀했던 분야에도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가전 인터넷 모바일을 융합한 기술이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상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무역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온 부품·소재의 균형잡힌 발전과 한국제품의 신뢰성까지 보장될 경우 우리나라가 제조업 전성시대의 큰길에 들어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가 부품·소재 분야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연구개발 주도권은 기업이 쥘 수 있도록 결정한 데 이어 고장없이 오래 쓰는 제품개발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제조업 전성시대로 향하는 디딤돌 하나를 추가시켰다. 제조업의 힘 속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