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逕無人鳥不回, 산경무인조불회, 高村暗淡冷雲堆. 고촌암담냉운퇴. 院僧踏破琉璃界, 원승답파유리계, 江上敲氷汲水來. 강상고빙급수래. .................................................................... 산길에 사람 없고 새도 날지 않는데/외로운 마을 어둑어둑 차가운 구름 쌓이네/산사의 스님 유리판 같은 길따라/강으로 나가 얼음 깨고 물 길어 돌아오네 .................................................................... 조선 정렴(鄭石廉)이 읊은 ''검단사 설경(黔丹寺 雪景)''이다. 산중에서는 해가 빨리 진다. 산길에 인적이 끊기고 새조차 날지 않는다. 그리고 외로운 마을에는 차가운 구름이 낮게 깔렸다. 해질녘 산사 주변의 정적을 깨고 스님 한분이 조심조심 유리판 같은 길을 따라 강으로 나가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 돌아온다. 그리고 산사 주변은 더 진한 정적 속으로 빠져든다. 풍진 세상의 소음이나 잡념 따위는 끼여들 틈이 없다. 李炳漢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