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서 < 교수.경희대 경영학부 > 헤르만 헤세의 ''동방으로의 여행''이라는 소설에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일단의 귀족들이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이들을 안내하는 사람은 레오라는 하인이었다. 그는 귀족들을 위해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 관광안내는 물론 식사와 잠자리를 보살펴 줬고, 현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도 일러줬다. 그는 또 귀족들이 명령하고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행 초기 모든 것은 만족스러웠고 귀족들은 즐거운 여행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귀족들은 레오에게 불평하기 시작했다. 레오는 이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다. 레오가 없어지자 귀족들은 오합지졸이 됐다. 이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등을 알지 못해 허둥댔다. 그 결과 귀족들의 여행은 도중에서 엉망진창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일화에서 진정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명령하고 대접받은 귀족이었을까. 아니면 이들의 명령을 따르고 서비스를 제공한 하인 레오였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은 귀족들이 아닌 하인 레오인 것이다. 리더십 개념을 한단계 높인 그린리프는 하인 레오의 리더십을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불렀다. 리더십은 간단히 말해 영향력을 미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리더십은 집단 구성원들이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목표 달성을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며 행동하도록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레오는 단순한 하인이 아니라 이같은 리더십을 가진 하인이었다. 우리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리더가 되기를 열망한다. 사람들은 내면에 상승욕구가 강하게 잠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가. 사람들에게 명령하고 싶어서인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없이 자신의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이다.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십을 가지는 일이다. 우리가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은 특히 서비스 관계를 위한 리더십이다. 친구관계에서는 프렌드십, 스포츠에서는 스포츠맨십이 중요하다. 관계의 본질에서 기본정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서비스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들이 가치 창출을 위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발휘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가치를 창출하는데 있다. 가치는 일반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믿음이며 경제학적으로 말해 효용에서 희생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것을 뜻한다. 그런데 가치는 고객이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원동력은 종업원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종업원과 고객이 직접 만나는 현장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종업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업원의 가치는 종업원들이 희생하는 것에 대비해 얻어지는 효용(만족감 보상 등)의 크기다. 종업원 가치는 고객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므로 경영자는 이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통해 기업목표를 달성하도록 최대한의 역량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이 바로 리더십이다. 리더십을 통한 고객가치 창출은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으로 전환되며 이것을 기업가치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가치창출은 일련의 연결사슬을 통해 이루어진다. 종업원 가치는 고객가치를, 그리고 고객가치는 기업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기업가치는 고객이나 종업원들에게 보상기회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우량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품질 브랜드 명성 등에 관한 더 많은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종업원들은 물질적인 보상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보상까지도 얻게 돼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서비스 리더십이다. 많은 기업들 중에서, 예컨대 에버랜드 현대백화점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서비스매스터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서비스 리더십을 통해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비스 리더십을 실천하려면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본인이 하인과 같은 서비스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서비스 리더십은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헌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번트 리더는 구성원과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아끼지 않는다. 둘째, 종업원들에게 재량권과 능력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CEO들은 고객이 두번째고 종업원이 최우선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접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직무와 책임을 계속 확대한다. 점차 제조업은 제품 중심에서 고객에 대한 솔루션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더욱 서비스화하고 있다. 서비스업도 개인화를 통해 더욱 서비스화하고 있다. 서비스가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서비스 시대의 조직에서 CEO가 혼자 앞선다는 것은 고독한 산책에 불과하다. 이들은 종업원에게 영향력을 별로 못미치고 게다가 헌신하는 양도 많지 않아 성과가 적다. 진정한 CEO라면 탁월한 성과를 올려야 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종업원 지향적인 서비스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