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거대 노조 ''노동자의 힘(FO:위원장 마크 블롱델)''이 노동착취죄로 8만유로(약 9천3백만원)의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파리 노동쟁의법원 판결을 보면 블롱델 위원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를 밤낮으로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노동자권익보호단체장이 노동착취를 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휴가중인 기사에게 사전통보도 없이 전화를 해 꼭두새벽에 승용차를 대기케 하는 것은 보통이고, 하루에 21시간의 노동을 시키기도 했다. 그렇다고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한 것도 아니다. 월급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인 7천5백프랑(1백30만원). 격무에 시달리던 운전기사가 임금 인상이나 교대운전자 채용을 호소할 때마다 ''노조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틀렸다''며 일축했다. 지난 89년부터 FO 노조를 이끌고 있는 블롱델 위원장은 노동자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작업장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인상 관련 대정부 강경자세로 일관해 왔으며,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해 대규모 가두시위를 지휘해 왔다. 그런 그가 자신의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노동법을 위반하는 자유(?)를 누린 것이다. 블롱델 위원장은 지난 11년 동안 모두 16명의 운전기사를 갈아치웠다. 대부분 격무를 참다 못해 그만 두었거나, 노동법 적용을 따지다 괘씸죄로 쫓겨났다. 지난 99년에는 29세의 건장한 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유족이 법원에 증거로 제시한 피해자 근무일지를 보면 ''현대판 노예''가 따로 없다. 주말도 없이 새벽부터 밤까지 운전을 해야 했다. 채용당시 근로조건은 격주 근무였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FO 노조의 ''노동착취 스캔들''은 이번 판결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얼마 전까지 위원장의 기사로 일했던 사람이 FO 노조를 또 제소했기 때문이다. 이 재판도 원고가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도 블롱델 위원장은 평소 즐겨 피우는 고급 시가를 끊어서라도 벌금형 재원을 모아야 할 것 같다. 설마하니 노조회비를 인상, 노조원들로 하여금 위원장의 죄값을 대신 치르게까지야 못할 테니까 말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