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체들이 ''불량 반품족''과 ''경품 사냥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할 때 잠깐 사용하기 위해 옷이나 보석류 액세서리 등을 구입한 뒤 행사 후 곧바로 반납하거나 경품을 겨냥해 수십건을 주문한 뒤 경품을 받지 못하면 취소하는 불량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심지어는 옷이나 신발을 주문해 착용한 뒤 흠이 남은 상태에서 반납, 업체에 물질적 피해를 주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8일 LG홈쇼핑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사는 고객 최모씨(30.여)는 지난해 말 보석과 액세서리 등 30여개 품목을 주문했다가 전부 반품했다. LG측에서는 송년회 등의 행사 참석에 필요해 주문했다가 사용이 끝나 모두 반품한 것으로 보고 있다. CJ39쇼핑에서는 서울 은평구의 박모씨(33.여)가 지난해 9∼10월 두달간 2백여종의 상품을 주문한 뒤 2건을 남기고 모두 취소 또는 반품한 사례가 있었다. 회사측이 그를 요주의 고객으로 분류해 주문접수를 거부하자 박씨는 가족 이름으로 된 카드로 계속 주문과 반품을 반복했다. 회사측에서 가족과 협의, 더이상 구입할 수 없도록 하자 "자유로운 소비행위를 방해했다"며 고소하겠다고 상담원과 관리자를 위협하기도 했다고 CJ 관계자는 전했다. 경품 사냥족도 이들 못지 않다. 현대홈쇼핑은 30대 주부가 추첨 경품이 붙은 상품을 57번 주문한 뒤 당첨되지 않자 1백% 취소해 버린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50대 주부가 61번 주문 끝에 경품에 당첨된 4번을 제외하고 57번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 LG홈쇼핑 관계자는 경품 행사때마다 ARS 자동응답 주문시스템을 이용해 같은 품목에 대해 수십건을 주문한 뒤 당첨내역만 확인하고 모두 취소한 한 고객이 "한달 주문건수가 1천만원이 넘는데 왜 한번도 경품에 당첨되지 않느냐"며 항의 메일을 보내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홈쇼핑업체들은 그동안 업종 자체가 성장기에 있어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반품.취소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최근 고객수 증가와 함께 불량 반품족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업체의 피해가 커지자 나름의 방식을 개발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LG CJ39 현대 우리 등 대부분의 홈쇼핑 업체는 의류나 장신구에 브랜드.가격 등이 표시된 부착물을 붙이고 이것이 없으면 반품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또 반품.취소율이 80% 이상이거나 반품 때 상품 일부를 빼돌리고 발뺌하는 사람은 요주의 고객으로 분류해 주문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등의 자위책도 마련했다. 현재 홈쇼핑업체에서의 반품은 업체별로 전체 주문물량의 10%에서 25%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