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끌어온 정부와 AIG간 현대 금융3사 매각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거래에 있어 협상결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겠으나 이번 협상결렬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한보철강 대우자동차 등의 매각협상에서 실사다 뭐다해서 기업비밀만 잔뜩 빼간 후 협상파기를 선언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전철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또다른 유력 외국금융사가 이미 투자의사를 전달해 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위안하고 있으나 차제에 현대투신 정상화 방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제시된 조건만 하더라도 특혜시비가 일 정도로 좋은 조건인데 굳이 외국계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다 이것이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현대증권과 투신운용을 현대투신 문제에 끌어들인 것은 재벌회사에 공적자금을 직접 투입할 수 없다는 정부의 명분 찾기와 우량 증권회사를 인수하려는 AIG측 이해가 맞아 떨어진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G측은 정부와 공동으로 현대투신에 출자하는 대가로 현대증권의 저가인수, 현대투신운용 경영권 등 온갖 특혜를 요구했고, 그것도 모자라 향후의 추가손실에 대한 정부의 완전보장을 요구하다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이런 무리한 요구에 대해 정부가 좀더 일찍 단안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추가부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은 잘한 일이다. 이를 등한시 해 제일은행 매각에서 호되게 당하지 않았던가. 이제 정부는 국내에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협상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업체에 대한 역차별 시정은 협상력을 제고시켜 국제매각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헐값으로 외국계에 매각하는 것은 괜찮고 같은 조건으로 국내에 매각하는 것은 특혜라서 안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아울러 현대증권을 일괄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증권은 현대투신 부실을 모두 상각하더라도 현재 이익을 내고 있으며, 향후 증시상황에 따라서는 엄청난 이익이 기대되는 우량회사다.이런 회사를 굳이 손해배상 소송이 우려될 정도의 저가로 매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대투신 정상화 문제가 꼬이는 이유가 우회적인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 따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