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 전까지도 상아탑의 범주를 넘지 않았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화두가 근래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FTA에 관한한 그간 동북아 3국(한.일.중)은 초연한(?)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2011년까지 FTA를 추진하겠다고 선수를 치고 나왔고, 일본도 새해 벽두부터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으니 이러다간 우리나라가 지구상 유일한 외톨이가 되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FTA의 ''무역전환 효과''나 ''무역창출 효과'' 등 이론적인 효과 분석은 차치하고라도 현실적으로 봐도 과거 FTA에서 출발한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이 유로화의 본격 시행으로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멕시코의 수출 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볼 때 FTA 추진 자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렇긴 하지만 FTA 추진을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늦은 만큼 올바른 전략을 토대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진한 유일한 사례이자 지금 난관에 봉착해 있는 칠레와의 FTA를 참고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고자 한다. 첫째는 FTA에 대한 우리의 확신과 의지가 분명치 않고 전체적인 밑그림과 기본 전략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나름대로 진지하게 검토해 왔고 의지와 전략도 있겠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 둘째는 정책 결정과정 내지 추진체계의 미숙함이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추진해도 어려운 것이 FTA 체결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서둘러 정책 추진을 결정하고 칠레정부와의 협상과 국내 농민단체의 설득을 동시 진행함에 따라 협상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셋째는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한 협력체제의 미흡이다. 필자는 FTA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실행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강력한 범정부 차원의 전담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FTA 추진 특별법을 제정해 국내 의견수렴 및 외국과의 협상에 관한 절차와 제반지원 수단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민간업계에 대한 의견수렴과 입장 정립을 체계화하고 민.관협력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 이어 정부와 경제단체 모두 외국 카운터 파트들과 협력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FTA는 상대국이 호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이므로 후보군에 속하는 나라들과 구체적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FTA 추진은 시급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고 정도를 밟아야 한다. 늦은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