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12월의 소비자기대심리는 100.9를 기록해 200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증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도 금년의 성장률이 4%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금년 상반기까지는 4%이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하반기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바야흐로 희망과 기대의 계절이다. 기대는 모든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가 좋아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증대시키고 개인들은 소비를 늘려 경기가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에는 후유증이 유발될 수 있다. 기업들의 증대된 설비는 유휴설비로 변하고,기업들의 수익은 투자전보다 악화된다. 소비가 증가한 만큼 소득이 많아지지 못하면 부채가 증가하고 소비수요는 급속히 감소한다. 기대에 의한 경제활동이나 정책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확률보다 실현될 확률이 월등히 커야 한다. 그래야 기대로부터 예상되는 수익이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실제로 실현될 확률이 실현되지 않을 확률보다 월등히 크다고 볼 수 있을까. 경기회복기대의 중심에는 월드컵이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와 돈을 쓴다면 이는 경기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년에는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양대 선거가 있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선거도 소비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집행이 상반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경기를 상승시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적 경기회복요인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일회성의 지나가는 행사들이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경제의 회복요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 이는 구조적인 경기회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결과를 바라보면,왜 구조조정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후대의 세금으로 겨우 연명하게 된 금융기관에는 다시 정부의 낙하산인사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하에 다수의 은행을 합병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더니,합병은행들은 독점력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는 마치 이러한 수익증대가 금융구조조정의 결과인양 홍보한다. 노동시장의 구조조정 결과는 더욱 초라하다. 수많은 청년들이 백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는 없다. 흉내만 내던 공공부문 개혁의 기치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을 해외요인에서 찾을 수 있으나 이 또한 불확실하다.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미국의 경우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만 있지 증거는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성장에 뒤이은 조정기는 상대적으로 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회복의 시기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실제로 실현될 확률이 실현되지 않을 확률보다 월등히 커 보이지는 않는다. 모든 경제주체가 나락으로 빠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다. 지금은 기대에 의존한 경기회복을 도모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IMF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정부가 가지고 갔던 권한을 시장에 되돌려 주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시장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정부소유 금융기관을 시장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는 공정한 게임의 법칙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이 정비됨에 따라 시장의 힘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성장의 원동력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일회용 주사약으로 하루하루 견딜 수 있지만 이러한 약은 경제를 영원히 죽이는 치명적인 마약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shkang@sungshin.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