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자유시장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기업이나 국가가 시장에서 승리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지게 된다는 논리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좁은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당수 국가와 기업들이 시장개방에 반대하고 보호주의에 경도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넓게 생각해보면 시장경쟁이 꼭 제로섬 게임만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자유시장 경쟁은 국가와 기업의 생산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며 제품을 혁신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곧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혜택으로 귀결된다. 자유경쟁은 한 국가 내에서든 글로벌 체제에서든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개방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기존 조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다. 이에 따라 그들은 상대적 우위가 있는 부문으로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사업부문 폐쇄나 대량해고 등에 대해 과소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은 훨씬 더 건설적이며 결과적으로 모두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보호무역주의는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쟁자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최근들어 가장 중대한 변화중 하나다. 중국의 거대한 ''크기''와 급속한 경제성장은 타국 수출업체들에 위협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무역이나 투자를 통해 세계경제에 환원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수출업자인 동시에 중요한 수입업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중국 역시 초기에는 보호무역주의자들과 똑같은 우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세계 무역체제에 편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의 가입은 중국과 세계경제에 커다란 혜택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효율성은 왜곡된 시장경쟁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 각국이 공정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경쟁행위를 일정부분 제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출범한 뉴라운드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국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지난 수십년간 큰 반향을 불러왔다. 상당한 성과도 이뤘다. 하지만 자유무역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위험요소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가 몇 년전 아시아 지역을 휩쓸었던 금융위기 및 그 여파다. 이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값진 교훈은 금융위기가 자본자유화 흐름을 역전시키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국제 자본시장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각국의 금융시장은 위기관리 능력을 배가할 수 있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외채위기가 타 신흥시장에 제한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같은 위기관리 능력 덕분이다. 세계화의 혜택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 골고루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가난하고 저개발된 국가들은 세계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이 다양한 방안을 논의중이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저개발 국가들의 문제는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가난한 나라들도 결국 세계화의 한 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향한 세계의 노력은 종종 거북이 걸음에 비유된다. 하지만 거북이가 꾸준히 전진한다면 놀랄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이 글은 에드워드 조지 잉글랜드은행 총재가 최근 런던 국제해양기구에서 ''Competition and Innovation in a Global Context''를 주제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