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는 선거와 선거로 이어지는 한 해인 만큼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주제다. 선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갖가지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선거자금이다. 선거로 돈이 풀리면 물가가 불안해진다는 게 일반화된 생각이지만,과연 그 돈이 걱정할 정도의 규모인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 한 선거구에서 1백억원,전국적으로 3조원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소시장 하루 거래대금에 못미친다. 대통령 선거 때 얼마나 쓰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몇몇뿐이겠지만,경제규모에 비추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단정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같다. 여당이라는 존재가 곱지만은 않았던 80년대,선거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통화속보(공표하지 않음)를 체크했지만 이렇다할 이상징후를 찾아내지 못했던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그러하다. 옛날 옛날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이 선거때문에 들쭉날쭉할 정도로 구멍이 뚫려 있지는 않다. 선거때문에 통화증발이 빚어지고 그래서 물가불안의 후유증이 야기될 우려는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재정쪽은 다소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돈도 없으면서 기공식만 이곳 저곳에서 하거나 ''채무부담행위''라는 이름의 외상공사 발주 등 과거 선거철 풍경은 선거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재정운용의 속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정 역시 국회를 통과한 예산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는 만큼 선거가 재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또 선거를 겨냥한 재정운용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생각하듯이 통화나 재정운용으로 인한 요인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단기적으로은 사회적 분위기 이완이겠고 중ㆍ장기적으로는 우선 당장 돈이 들지 않는 선심성 정책 결정의 후유증이다. 선거가 집단민원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는 현실은 문제다. 이런 사안중에는 개발제한 완화처럼 당장 재정부담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두고 두고 후유증이 남을 사안에 대한 졸속한 결정,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될 지는 계량하기조차 힘들다. 비슷한 일은 금융시장 쪽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주식투자자는 여당표고 그들을 붙들어 놓으려면 증시 활황이 이어져야 한다고 인식됐던 시절이 있었다. 기관투자가들을 주가지지 쪽으로 몰아세웠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선거를 겨냥한 시장왜곡이 얼마나 오랜 기간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지 모두 되새겨봐야 한다. 정치학자들 중에는 보수와 진보의 정당 구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선거가 정책대결 다시 말해서 경제ㆍ사회문제가 중심이슈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백번 옳은 말이고 장기적으로 반드시 그렇데 돼야 한다는 데 이론(異論)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경제기자로서 나는 경제를 위해서는 경제문제가 선거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역설적인 생각도 해본다. 이번 선거에서 토요휴무제가 쟁점이 된다면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ㆍ야의 크고 작은 용(龍)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라고 요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과연 잘못일까. 선거는 본질적으로 다수의 결정인 반면 경제에는 다수결로 정해서는 안되는 일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선거철 경제운용은 어렵게 마련이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도 따지고 보면 경제를 다수결로만 정해온 탓으로 저 꼴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임금의 물가연동제등 인기영합적 페론이즘이 태동하고 또 지속되고 있는 까닭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선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결국 국민들 하기 나름이란 얘기가 될 수 있다. 사회보장 확대 등 복지정책이 비용부담 없이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점 정도는 모두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거는 항상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 본사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