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푸른 생선을 기피하게 만들었던 ''이상구 박사 신드롬'',포도주 수입을 급증시킨 ''적포도주 신드롬''에 이어 이번에는 ''잘 먹고 잘 사는 법'' 신드롬이 농수축산물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잘 먹고…'' 신드롬 덕에 현미나 콩같은 잡곡류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야채 과일 등은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육류와 우유 계란은 소비가 줄어 관련업계가 울상이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SBS가 지난주 3회에 걸쳐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기적을 만드는 식사''''식탁위의 작은 혁명''이란 부제로 식생활과 건강 및 질병의 상관관계를 집중 조명한 프로그램.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육류보다는 현미 등 잡곡과 채소류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잡곡·유기농산물 품절사태=15일 농협 백화점 할인점 대형슈퍼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현미 콩 등의 잡곡류와 유기농산물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실례로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의 경우 지난 일요일에만 현미류가 8백89만3천원의 매출을 기록,1월 첫째 일요일(99만7천원) 대비 무려 8.9배의 신장률을 보였다. 유기농산물은 오후들어 아예 동이 났다. 신세계 이마트도 지난 주말 서울의 수서 구로 분당 3개점 매출을 집계한 결과 현미의 경우 13일 하룻동안 모두 1천4만원어치가 팔렸다고 전했다. 이는 평소 매출(2백만원)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기농 야채 판매도 4천5백만원으로 1월초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분당 신도시의 삼성플라자에서도 평소 매출이 50만원대에 불과하던 현미 매출이 14일엔 2백만원으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2천9백만원선이던 유기농 야채와 과일 판매도 12∼14일 사흘간 하루 평균 5천만으로 평소보다 66% 늘어났다. 반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의 판매 실적은 25% 가량 줄어 하루 평균 3천3백만원대에 그쳤다고 삼성플라자는 설명했다. 채식전문 식당도 호황=''잘 먹고 잘 사는 법'' 신드롬은 인터넷과 채식 전문식당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다음 카페에 개설된 한국채식동호회연합 사이트(www.vege.or.kr)의 경우 지난 11일 이후 1천2백여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가입자수가 5천4백명을 넘어섰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이원복씨(35)는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들과 채식을 막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이 신규 회원의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10여곳의 채식 전문식당들도 밀려드는 손님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채식뷔페 식당인 ''옹달샘''은 지난해12월까지만 해도 점심 저녁을 합쳐 하루 평균 1백20명이 들렀지만 최근엔 점심 때만 1백여명이 찾아온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찾는 신사동의 ''시골생활건강식당''에도 평소보다 손님이 20% 이상 증가했다. 육류·낙농업계 대응 부심=육류업계와 낙농업계는 과거 ''이상구 신드롬''등이 그랬듯이 ''잘먹고…'' 신드롬 역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낙농육우협회의 오인재 차장은 "아직까지 우유와 육류 관련 제품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판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대한영양의학회장)는 "채식이 성인병과 알레르기를 줄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년층 이상은 채식중심의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와 개인차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채식을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유섭취에 대해 "미국인처럼 우유와 함께 육식을 병행하면 단백질 섭취가 과잉돼 소변이 산성화되고 이로 인해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유발될수 있지만 한국인은 육류섭취가 서양인에 비해 현저하게 적어서 하루 2백∼4백㎖가량의 우유를 섭취한다면 몸에 유익하고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