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動態)환경에서 행하는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은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업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막중하다. 1980년대 후반 미국 뉴코사는 당시 최고경영진인 아이버슨과 버세에 의해 채택된 독일 SMS사의 ''박(薄)슬래브 신기술(CSP)''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주효,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미국 철강산업에서 세계 최강의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고로(高爐)업체들이 고사직전에 몰리게 되자 미국은 철강 강국인 한국 일본에 대해 거센 통상압력을 가했다. 당시 한·미 통상마찰의 80%가 철강제품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실기(失機)하면 곧 도태되는 양 온통 법석을 떨었던 IMT-2000사업에 대한 전략적 선택은 이제 어떤 사업결과를 가져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모토로라 퀄컴 TRW사 등이 막대한 투자로 전개했던 위성이동통신사업은 엄청난 손실만 초래했는데,이 역시 역동적 환경에서 행하는 전략적 선택이 얼마나 어렵고,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잘 말해 준다. 지난 30여년 동안 포천지 선정 5백대 기업의 3천여개 사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전략계획연구소(SPI)의 PIMS 프로그램에 따르면,사업성과의 70%는 시장조건과 경쟁 및 기업전략 등 사업환경의 변화 방향성에 대한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 좌우되고,비용절감을 위한 관리 노력은 30% 정도 밖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선택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뒷받침해 준다. 격변하는 환경속에서 우수한 성과를 실현하고자하는 기업활동에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자기책임하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을 지닌 최고경영진이야말로 ''기업성장의 원동력''이며 ''경제발전의 주역''이다. 이런 맥락에서 30년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슘페터의 뒤를 이어 디지털기술혁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80년대에 ''진화 경제학''을 형성한 신슘페터리안(neo-Schumpeterian)들은 ''기술변화와 시장변화에 대한 전략적 적응이 기업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을 따를 때,IMF 위기 이후 드러난 한국기업들의 부실은 사업성과를 일궈내는 기업가정신을 지닌 최고경영진의 부재나,그들의 전략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비선형(非線形)세계에서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강조하는 카오스이론 및 복잡성 과학은,역동적 환경에서 행하는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선택행위상의 작은 차이가 사업성패를 좌우할 정도의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논거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가들은 부(富)창조의 극대화를 위해 자기책임하에 전략적 선택의 고유권리를 행사하면서 선량한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전략적 선택에 관한 한 그 선택과정이나 절차보다는 선택 그 자체가 무엇보다도 중시된다. 왜냐하면 선택의 과정·절차가 ''기업 의사결정''의 문제인데 반해 전략적 선택 자체의 유효성 여부는 곧 사업성패를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략적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은 ''악의나 불순한 동기 또는 위법사항이 선택과정에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최고경영진 고유의 몫이지 외부 판단, 특히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벤처기업 정책에서 잘 나타난다. 그리고 기업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에 대한 외부의 사후적 판단은 사유재산권 및 시장경쟁,그리고 자기책임을 중시하는 자유기업제도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용인될 일이다. 미국 일본 아시아 등 세계 각국 경제의 동반불황속에서,또 냉엄한 글로벌경쟁속에서,국내기반 혁신기업들의 높은 가치창조력으로 막대한 국내외 채무를 해결하며 국가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래야 한다. 이는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혁신기업들과 그 최고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기업성장과 경제발전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ihkim5611@dreamwiz.com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