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의 금융회사 인사 개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특정 인물을 아직 임기가 2개월 이상이나 남은 시중은행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금융계 전체가 ''다시 관치인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 관치인사 시비가 재현된 것은 금융감독원의 최근 내정인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금감원은 강권석 증선위 상임위원과 오갑수 전 부원장보를 공석중인 부원장에 내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정기홍 부원장은 유임시키고 강기원 부원장보를 감사에 내정했다. 관심은 정 부원장의 진로. 금감원 안팎에서는 정 부원장이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위성복 조흥은행장 후임으로 옮겨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연초에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은행과 금융 유관기관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인사물갈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물론 이 위원장은 정 부원장의 조흥은행장 내정설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금융계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조흥은행 노조는 "이제 겨우 주가가 액면가를 넘어서는 등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잡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낙하산인사를 획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른바 우량은행장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장을 최근들어 ''범정부 출신 인물''로 메웠다는 점이다. 김종창 전금감원부원장은 기업은행장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금융팀장을 지낸 이덕훈씨는 한빛은행장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김경림 외환은행장도 은행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정부가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대부분 은행장자리를 정부출신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은행장뿐만도 아니다. 금감원 1급출신들은 대부분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감사나 이사로 광범위한 ''금감원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김상우 전부원장보는 조흥은행 감사로, 허만조 전 국장은 LG화재 감사로 나가 있다. 특히 작년엔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들의 퇴직 후 금융회사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에 무더기로 금융회사의 고위 간부로 전출시키기도 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1년 5월 사이에 퇴직한 1급 이상 금감원 간부 37명중 원장, 전직 교수 출신, 사망 및 휴직자를 제외한 직업관료 27명중 18명(66%)이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관치인사''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