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내용은 남북관계 개선과 서민생활 안정 등 국정전반이 망라돼 있지만 중점을 둔 것은 경제의 국제경쟁력 제고라 해도 무리가 없을성 싶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소위 각종 게이트에 대해 모두발언에서 직접 사과하는 등 부패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고,이 역시 국가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과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국제경쟁력 제고를 강조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하반기로 예상되는 세계경기 회복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경제가 한단계 높은 비약을 이뤄내는 계기가 될수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김 대통령의 그같은 상황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다만 연두회견에서 밝힌 정책방향과 의지가 약화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유의해줄 것을 우선 주문하고 싶다. 사실 올해는 김 대통령 재임 5년의 마지막 해다. 따라서 정책추진에 어느 해보다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공산이 크다. 대다수 사람들이 우려하는대로 통치권의 누수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고, 또 양대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정치논리가 만연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남은 임기동안 정치와 선거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경제살리기와 월드컵 개최 등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전념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한 김 대통령의 약속은 그런 점에서 결코 정치적 선언에 그쳐선 안될 것이다. 개각을 포함한 가시적인 국정쇄신책을 서둘러 제시하는 것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유효한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원칙과 정도에 따라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재임기간중의 치적쌓기에 연연하다 보면 자칫 혼란을 자초할 우려도 없지않다는 점에서 목표달성에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기보다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 등 경제개혁 조치들이 내실화로 이어질수 있도록 착실한 마무리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아직도 미결과제로 남아 있는 일부 부실기업정리 등은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매듭져야 한다.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제경쟁력 제고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길은 기업의 창의와 의욕을 북돋우는데 있다는 점이다. 경쟁원리가 작동하는 시장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해 남은 1년 좀더 과감한 조치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는 김 대통령이 "다음 정부에서 더 큰 발전을 할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넘겨주고자 한다"는 다짐을 이행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