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인수제도가 다시 개정된다는 소식이다. 공모가격 결정이나 물량 배분,사후 주가관리 등에 있어서 권한은 적고 책임은 무거웠던 주간사 회사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은 선진국의 발행시장제도에 비춰 보나 시장원리로 보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금감원과 증권업협회가 마련한 시안에 따르면 공모가격은 내년에 수요예측가중평균가격의 상하 50%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2004년부터는 완전자율화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모가격은 수요예측에 크게 좌우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담합에 나서기 일쑤여서 가격왜곡이 적지 않았다는 대목을 감안하면 제도개선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권한이 강화되는 주간사가 공모가를 턱없이 낮춰 발행사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자본동원 능력이 뛰어난 몇몇 증권사가 인수시장을 과점하고 발행사의 주간사 선택권이 좁혀지면 개선된 제도에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식의 절반정도(상장공모 45%,코스닥 55%)를 고수익펀드에 배정해 왔으나 이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궁극적으로 폐지키로 한 것도 시장원리에 한 단계 근접한 것이라고 하겠다. 다만 고수익펀드의 주요 수익기반이었던 공모주 배정이 줄어들게 되면 투신권에서 자금유출이 생길 수 있고 투기채 소화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투기채나 투신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발행시장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으로 선진국처럼 주간사가 발행주식 모두를 인수해 기관과 일반인에게 나눠주는 총액인수제로 가고,시장조성의무도 기관투자가에 대해선 폐지하고 일반인 배정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도 보다 현실성이 있는 제도라고 본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가 부여된 권한을 소화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도덕적 해이가 없느냐는 점이다. 공개기업의 향후 2년 실적추정에 있어서 한해에 15% 가량 부실분석이 발생하고 있고,시장조성 책임이 무거워지면 발행기업에 자사주를 사도록 편법을 동원해 온 것이 국내 주간사가 보여온 모습이다. 앞으로 시정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차제에 적절한 공모가 산출로 신주 인수자들로 하여금 ''공모주 청약은 무조건 남는 장사가 아니다''는 위험을 인식시켜 공모주가 만들어 내는 이상과열과 거품을 걷어내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