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행복과 돈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머싯 모옴의 "달과 6펜스"에서 보듯 행복은 재산이나 명예등 세속적 소유 순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요소로 돈보다 다른 것을 먼저 든다. 리서치&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꼽은 행복의 첫째 요소는 가정의 화목이었고 다음은 건강,긍정적 사고,친구및 대인관계 순이었다. 재산이나 사회적 성공은 그 뒤였다. 그러나 가정의 화목에도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의 조사기관 MORI가 96년 실시하기 시작한 국민의 행복지수(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 결과가 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것 또한 돈과 행복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영국 워익대의 앤드루 오스왈드 교수(경제학)가 돈과 행복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는 소식이다. 10년동안 알아봤더니 영국인의 경우 1백만파운드(약 19억원)정도 있으면 행복해 하더라는 얘기다. 또 자신이 돈을 벌면 행복하고 남의 재산이 늘어나면 불행하게 느낀다고도 한다.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까진 아니라도 필요조건임을 밝힌 셈이다. 우리 선조들은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오복(五福)을 꼽았다.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넉넉하고 건강하게 덕을 쌓으며 살다 편안하게 죽는 것을 이상적인 인생으로 여긴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또한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의 기본요소는 "집 음식 건강 사랑 자식,그리고 소속집단에서 존경받는 것"이지만 이런 요소가 모두 충족돼도 지나친 자기집착에서 못벗어나면 불행해진다고 썼다. 오스왈드교수의 연구에서도 돈만 있다고 무조건 행복한 건 아니고 안정된 결혼생활,건강,성취감 등이 곁들여져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다. 돈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너무 우기지도,오스왈드의 연구결과를 빌미로 "그것 봐라.돈이 있어야 행복하지"식으로 몰아부치지도 말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