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9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형 신업태의 급속한 확산과 유통.IT(정보기술)간 결합으로 유통채널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디스카운트 스토어(할인점), MWC(창고형 회원제 도매클럽) 등 저가형 할인점이 멀지않아 백화점을 압도할 전망이고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은 새로운 판매 경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유통업을 밑바닥부터 흔드는 변화와 함께 이제는 정보유통이 물자유통을 대신해 유통채널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업종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점포의 의미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의 유통업은 금융, 서비스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해 가면서 스스로 프론티어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통채널의 대전환은 가격파괴라는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 왔다. 제조.판매를 메이커가 주도하던 공급자 중심의 시장(Seller''s Market)은 유통업자가 상품의 가격은 물론 생산량 생산정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자중심의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다.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전략적 제휴는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소비자까지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제조업과 유통업체간의 성공적인 제휴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진전된 정보기술의 도입과 함께 전체 유통의 최적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는 쌍방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세계의 대형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품조달의 e비즈니스화도 소매업체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소매업자와 메이커 사이를 잇는 중간상들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지난해 국내 소매업은 1백10조원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형성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 규모다. 한해 국민들이 먹고사는 경제행위의 결과물중 5분의 1을 유통업계가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화점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에는 유통업이 부동산 임대업 수준으로 격하되기도 했었으나 이제는 국민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양적인 팽창만이 전부가 아니다.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할인점의 급팽창은 한국 유통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더욱이 국내 토종 할인점들은 세계 유수의 외국 할인점들을 압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가 아닐수 없다. 온라인 유통시장도 눈부신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TV홈쇼핑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인지 6년밖에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3위권을 넘보는 시장으로 커졌다.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치 이동통신 시장이 단기간에 세계 5위권에 진입한 것에 비유될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이 아닐 수 없다. 이 흐름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내수가 경기진작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다. 유통업체들은 고실업시대에 고용 창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유통업체간 치열한 경쟁과 이에 따른 다점포 전략이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를 해소해주고 있는 셈이다. 유통산업은 이제 제조업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들러리 산업이 아니라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중추 산업으로 기능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바야흐로 미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