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아파트값 폭등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8일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을 내놓았다. 외환위기 이후 4년여를 줄곧 빈사지경에 빠진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고단위 부양책을 구사해 온 그간의 사정을 고려해 본다면 참으로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수도권의 11개 지역 2백60만평을 택지지구로 지정,10만가구의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에 대해서는 투기우려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 등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와 불법전매행위 단속,아파트 기준시가 인상적용 등 광범한 행정제재조치를 강구한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비정상적인 청약과열현상을 억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대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주택공급 확대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주택공급이 수도권에 집중됨으로써 수도권 과밀화 등 국토개발계획과의 상충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밖의 대책이 과거 수십년 동안 구사해왔던 세무조사를 주축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일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값 폭등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치유하기 보다는 일단 엄포를 놓고보자는 임기응변책이 아닌가 싶다.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폭등은 학원과외 열풍과 아파트 재개발 과열현상 등 사회병리현상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교육제도의 개선이나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 소형주택 공급이 모자라면 민간기업들에 일정비율의 공급의무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공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물론 특정지역의 아파트 투기열풍이 경기회복과 맞물려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할 우려도 없지않고,실제로 물가상승과 부동산투기 재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종래와 다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은 주택가격 상승이 전국적인 현상이라기 보다 서울 등 일부지역의 수급불안에 따른 국지적인 현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모처럼 고개를 쳐들고 있는 주택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