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카드의 효시는 미국의 프랭크 맥나마라가 1950년 랄프 슈나이더와 함께 만든 다이너스카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보다 한참 뒤인 58년 카드사업에 진출했다. 미국의 크레디트카드 산업은 이후 급성장했으나 60년대말 경쟁심화와 더불어 온갖 부작용을 빚었다. 누군가가 자기집 개의 카드를 발급받으려 ''나이는 2.7세,직업은 집지키기''라고 썼는데도 즉각 나왔다고 할 정도였다. 결국 70년 신청하지 않은 카드 발급을 금하고 분실시 책임한도를 50달러로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이 이뤄졌다. 국내에선 69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직원용 카드를 만든 뒤 78년 비자,80년 아멕스카드가 도입됐고 은행계카드로는 80년 국민카드에 이어 82년 BC카드가 생겼다. 크레디트카드를 사용하면 현금 소지의 위험이나 환전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또 현금수입 업종의 과세표준 양성화가 가능해져 경제가 투명해진다. 정부에서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해주고 신용카드영수증 복권제를 실시하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조치에 따라 98년 30조원선이던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엔 3분기에 이미 1백15조원을 넘었다. 그 결과 자영업자 소득이 드러나 지난해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에서만 목표보다 4조원이나 많은 세금이 걷혔다고 한다. 문제는 이처럼 긍정적인 대목만 있는게 아니라 신용카드대금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파산 신청자중 신용카드 관련 비중이 2000년 40%에서 작년엔 70%로 높아졌는가 하면 8∼11월에만 카드회원 신용불량자가 66.5%나 늘었다는 보도다. 물론 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자아빠의 자녀교육법'' 공저자 샤론 레흐트도 아들이 신용카드 빚 때문에 쩔쩔 매는 걸 보고 책을 쓰게 됐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연령 성별로 특화된 카드를 잘 이용하면 가계와 국가경제 모두에 보탬이 되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개인과 가정을 파멸로 몰아넣는다. 물건이든 제도든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무서운 독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