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조업 공동화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국내기업 해외투자 확대라는 기사를 쓸 때마다 기업체에서 통사정하는 얘기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정부쪽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기업이 임금과 기술수준,시장규모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최적의 생산지를 쫓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정서적 잣대로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논리적인 설명도 곁들인다.

해외에서 만들어 국내에 들여오는 ''역수입'' 문제에서는 더욱 민감하다.

자칫 고용안정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항목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경우 판매는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신신당부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세계 1위의 가전제품 생산국은 중국이다.

전 세계에 팔리는 TV 10대중 4대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에어컨은 2대중 1대가 중국산이다.

냉장고와 세탁기의 중국산 비중은 25% 가까이 된다.

한국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CD플레이어 미니콤퍼넌트 등 오디오 제품은 포장만 한국제품이지 사실상 ''메이드 인 차이나''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미 중국을 넘어 인도의 전략적 투자가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이미 중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제품 라인부터 이 곳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의 임금수준은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인도보다는 10배 이상 높다.

굳이 중국을 글로벌 생산의 베이스캠프로 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전 세계 해외 생산법인이 개별 구입하는 원부자재를 통합 구매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국내 생산의 유일한 강점이었던 대량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도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내기업들마저 제발로 하나둘씩 빠져 나가는 것은 여간 예사롭지 않다.

기업 엑소더스와 함께 벼랑에 서게 된 일본 제조업계의 사례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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