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가 "참이슬" 소주 신화의 주역인 진로의 한기선 부사장(51)을 전격 영입해 경쟁업체인 하이트맥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OB맥주가 한 부사장의 영입을 계기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맥주전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3일 OB맥주는 지난 연말 진로의 임원인사 과정에서 사표를 낸 한 부사장을 영업총괄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한 부사장은 지난 88년 대우그룹에서 진로그룹 기조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진로 마케팅 상무,영업담당 전무,영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친 주류업계의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특히 진로그룹 부도 직후인 98년 7월에는 진로의 영업담당 전무를 맡아 신제품 '참이슬'로 1년 만에 소주시장의 40%를 장악하는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OB맥주는 한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3년간 지속해온 내실 위주 경영에서 탈피,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 부사장은 탁월한 영업력과 기획력을 갖춘 주류전문가"라며 "한 부사장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부사장 영입 사실이 알려지자 경쟁사인 하이트측은 애써 평가절하하면서도 내심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트측은 "한 부사장은 소주전문가지 맥주전문가는 아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하이트측은 한 부사장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는 시장점유율면에서 53% 대 47%로 OB맥주를 앞서 있는 상태긴 하지만 경쟁사의 영업통 영입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들도 "OB맥주가 내실 위주로 돌아서면서 잠잠하던 맥주시장 쟁탈전이 다시 불붙게 됐다"며 "OB맥주가 한 부사장의 영입으로 하이트측에 선제공격을 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 부사장이 진로를 떠난 것과 관련,관련업계에서는 "내실을 다져야 하는 진로가 성장 위주의 한 부사장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에 내보낸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