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동전화사업자로 변경해도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번호 이동성'은 IMT-2000 서비스 개시후 6개월 이내라는 정부방침으로 보아 내년 하반기 내지 내후년에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1차적으로는 3세대(IMT-2000)간 번호이동성에 한해서 그렇다. 당초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도입반대 내지 보류를 주장하면서 '굳이 하려면 3세대부터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반면 2위 사업자인 KT그룹쪽은 조기에 전면적 도입(2세대간, 2~3세대, 3세대간0을 요구했고, LG텔레콤은 유력사업자부터 선별적 시차도입을 주장했다. 사업자간에 이렇게 엇갈린 것은 무엇보다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계산이 서로 달랐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위 사업자로서는 뺏고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싫었을것이고 2위 사업자로서는 판을 한번 흔들 기회로 생각했을 것이다. 반면 LG텔레콤은 3강체제를 담보할 번호이동성이 아니라면 현재의 경쟁구도만 고착시킬지 모른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유력사업자에서 자신쪽으로 일방형 이동성을 주장하고 특히 2~3세대간 번호이동성을 반대했다. 원래 번호이동성 도입은 이동전화 보급률 70%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시점에서는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통한 신규 이용자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고, 기존 이용자의 선택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쟁 효과를 유도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잘만 설계하면 시장집중도를 낮추고, 새로운 서비스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방침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사업자간 충돌을 피해나간 것일 수 있고, 여기에 일부 사업자들 또한 새로운 차원의 경쟁 전개를 기피한 결과일 수 있다. 소비자 편익은 사업자에게 맡겨둔다고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은 어차피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인지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이미 도입한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돋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사업자간 충돌을 해결할 정부의 뚜렷한 정책의지와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