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1년을 마감하는31일 종무식을 가진 관공서와 기업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가는 해를 아쉬워 하고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지난 한해 해외에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9.11 테러, 그에 이은 대테러 전쟁,국내는 각종 게이트로 점철된 부패스캔들, 기약없이 중단되고 만 이산가족 상봉 등어수선한 사건들이 계속돼 시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새해는 88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최대 국제스포츠 행사인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 만큼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힘찬 도약을 바라는 민초들의 염원들이 새해 소망에 묻어났다. 주요 기업들은 지난 28일과 29일 대부분 종무식을 마쳐 연휴를 즐겼고, 관공서와 일부 기업들은 이날 오전 종무식을 열고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준비에분주했다. 이날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루떡을 자르는 행사를 벌이며 종무식을 실시한서울 여의도 '63시티'의 장만식(35) 과장은 "올해는 사회가 너무나 정신이 없었고더구나 경기도 좋지 않아 직장인들에게는 어려운 한해였다"며 "새해에는 무엇보다도경기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기업 '오픈에스' 양원태(36) 기획실장은 "장애인을 위한 안정적인고용시장이 생기고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여건도 나아져 더 많은 장애인들이 고용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새해소망을 밝혔다. 김영석 연세대 신방과 교수는 "올 한해는 여러가지 게이트에 국민이 상심했다"며 "내년에는 국민의 마음이 아물고 대통합을 이루는 한해, 기쁜 소식이 계속 터져나오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지난 10월 이후 이산가족 상봉계획이 계속 무산돼 올 한해가 기쁨과 슬픔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힘겨운 한해로 남게 된 이산가족들은 새해에는 더이상 가슴을 애태우지 말고 북에 있는 가족들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한국전쟁 발발 전 6살이었던 셋째 아들 이병립(60)씨를 북녘땅 친척집에 홀로남겨두고 떠나온 뒤 54년간 아들만 그려왔던 권지은(87) 할머니는 올해 두차례나 아들과의 만남이 무산된데 대해 아직도 슬픔이 가시지 않은 듯 "가려다 못가니깐 아픔이 두배 같다"고 한숨지었다. 북한에 다섯 동생을 두고 50년 세월을 눈물로 지새웠던 강일창(75)씨도 이들 동생과의 만남을 이루지 못한데 또 다시 눈물을 흘렸지만 "새해에는 아무런 조건없이남북한 가족들이 맘 편하게 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새해 소망도 많았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단 응원단 '붉은 악마'의 한홍구(38) 회장도 "16강을 넘어 8강까지 갔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며 "우리 땅에서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 온 국민의 염원에 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지속적인 애정이 16강 진출의 출발점이라고 밝힌 김희성(39.PC방 운영.붉은 악마회원)씨는 "선수들이 상대가 강팀이라고 해서 절대 주눅들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한다면 반드시 승산이 있다"고 한국팀 파이팅을 외쳤다. 구름이 많아 새해 해돋이를 볼 수 어렵겠다는 예보가 있음에도 이날 밤차로 부인 4살난 딸과 함께 강원도 속초 동해안으로 해돋이 여행을 떠날 예정인 회사원 김정인(32)씨도 "힘찬 말의 해에는 모든 국민이 멋지게 뛰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고일환 이상훈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