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잡아라' 재계의 새해 해외 사업은 중국으로 집중된다. 지난해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인 중국은 21세기 지구촌 최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들은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중국에 생산 판매법인을 설립하거나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키로 하는 등 중국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80년대 후반 중국에 처음 진출했던 업체들은 이제 중국을 더 이상 저임금을 이용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보지 않는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현지 소비자들을 직접 고객으로 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더 이상 저가품의 생산기지로 생각하지 말고 그룹의 생존이 달린 전략시장으로 보고 접근하라"고 임원들에게 촉구했다. 삼성은 지난해 70억달러이던 전자제품의 중국 현지매출을 2003년 1백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초 중국 상하이에 '상하이삼성반도체유한공사(SSS)'라는 자본금 1백만달러 규모의 반도체 및 TFT-LCD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1백36억달러인 중국 반도체 시장규모가 2005년 2백6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TFT-LCD 제품시장은 올해 1백97만개에서 2005년 2천9백만개로 급성장할 것으로 삼성은 예상한다. 삼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CDMA 설비와 휴대폰 단말기 생산법인도 설립키로 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톈진과 상하이에 전자부품공장을 이미 신설했다. 삼성은 생산과 판매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자제품 디자인센터도 설립키로 했다. 지난 2000년 베이징에 통신연구소를 설립한데 이어 톈진에 전자제품 디자인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LG도 만만치 않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영에 나섰다. LG전자는 선양의 디지털 PDP TV생산시설을 토대로 디지털제품과 정보통신사업에 본격 진출키로 했다. LG화학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 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톈진에 있는 PVC공장 생산능력을 연산 24만t에서 2003년 6월까지 34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2005년까지는 중국 내에 연산 30만t짜리 PVC 공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닝보에 있는 연산 15만t인 ABS공장은 올해말까지 30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같은 신.증설이 완료되면 PVC와 ABS의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이 중국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LG화학은 내다보고 있다. SK는 '중국속의 SK건설'을 목표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보통신, 생명과학, 도로 및 자동차 관련 사업 등 3대 사업을 축으로 삼아 그룹차원의 신규 사업과 각 계열사별 독자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승부를 걸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3대 전략사업에 3억위안(약 4백5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의 제1, 제2 이동통신 사업자와 제휴해 CDMA망 운영기술판매, 모바일 사업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또 올해 상반기중 상하이 푸둥지구에 대규모 생명과학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중국의 우수한 전통약 기술을 활용한 의약품을 개발, 전세계에 판매한다는게 목적이다. 아울러 상하이시와 공동으로 40만달러 규모의 바이오벤처펀드를 조성해 현지 벤처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룹내 자동차관련 주력 3인방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역할분담과 상호경쟁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키로 했다. 중국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국은행과 5억달러 규모의 통일여신(Global Credit Line) 협약을 맺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2000년 기아차와 함께 설립한 중국내 합작사, '위에다기아자동차유한공사'의 지분(20%)을 기아차에 넘기고 올해 독자적인 중국내 제휴선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올해부터 소형승용차인 리오와 스펙트라의 중국 현지생산을 위해 중국 정부에 생산차종을 신고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상하이에 부품물류기지 부지를 확보하고 창고건설에 들어갔다. 포항제철은 2003년까지 중국내 합작법인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기존 화베이, 화동, 화남 지역의 3대 중국 생산 및 판매거점에 컬러강판,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강 39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신.증설할 계획이다. 연간 아연도금강판 10만t 및 컬러강판 5만t을 생산하던 '대련포금강판'의 경우 컬러강판 생산설비를 15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께 준공할 예정이다. '순덕포항도신강판'은 연산 10만t의 기존 아연도금강판 외에 전기강판 10만t, 컬러강판 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2003년까지 신설할 예정이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2003년 말까지 14만t인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연간 생산능력을 28만t으로 확대키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