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새해 화두는 바로 '수익성 제고'다. 외형을 늘리기보다는 이익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 삼성 LG 등 주요 그룹들의 새해 경영계획은 모두 수익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기의 조기회복을 기대하기엔 여전히 불투명한 요인들이 많은데다 환율급변 가능성 등 여의치 않은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응해 '현금흐름 챙기기'에 매달리겠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은 이를 위해 한계사업을 털어내고 미래 승부사업 등 핵심역량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치중할 방침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불필요한 사업부나 자산을 처분하는 등 구조조정의 고삐도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도 미래 수익원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늘리되 설비 신증설 투자를 올해보다도 더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재계가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1천원어치를 팔아 67원을 남기는 사업구조(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결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말까지 국내 7백97개 제조업체들의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률이 6.7%에 그쳤던 것. 삼성은 상시 구조조정체제에 따라 새해에도 본사와 해외생산기지를 막론하고 적자.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저수익 및 무수익 자산은 조기 처분할 방침이다. 대신에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에 바탕을 둔 미래 주도형 사업을 본격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또 새해 시설투자 규모를 지난해 6조8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26.5% 줄여 대규모 시설투자를 억제키로 했다. 이익은 작년의 6조6천억원(세전기준)에서 8조9천억원으로 34.8% 늘리기로 했으며 전 계열사(금융사 제외)의 차입금도 지난해 14조4천억원에서 10조2천억원으로 줄여 부채비율을 72%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새해 사업계획과 관련해 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최근 "수익성 제고에 중점을 두는 보수적 사업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경제여건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아지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에 깔고 있다. LG는 새해 사업전략의 방향을 '내실 및 수익성 위주의 경영', '현금흐름 중시 경영'으로 잡았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적극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시설투자를 과감히 억제하는 한편 중국 등 해외 전략시장에 대한 수출 및 마케팅을 강화해 경상이익을 지난해 3조원에서 3조4천억원으로 13.3% 끌어올릴 방침이다. 오는 4월 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자회사인 LG전자로 분리되는 LG전자의 재무구조 개선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사항중의 하나다. LG전자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LG카드 LG투자증권 등의 보유주식 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LG화학도 지난해 염료와 분체도료 등의 사업을 지분매각 등을 통해 정리한데 이어 올해는 전망이 불투명한 한계사업 및 비전략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SK는 사업재편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케이스. 지난해 SKC.SK에버텍 합병, SK텔레콤.SK신세기통신 합병이 단행되고 각 계열사의 모바일 비즈니스 전담조직을 통합한 네이트닷컴(NATE.com)을 출범시켰다. 올해도 유사업종을 중심으로 계열사와 사업부문간 통폐합작업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SK는 또 오는 2월말까지 SK(주)와 SK글로벌이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14.5%를 교환사채(EB)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전량 매각할 방침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SK텔레콤과 일본 NTT도코모와의 지분매각 및 전략적 제휴 협상이 중단된데 따른 대응전략이다. 재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부문 구조조정으로 양사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대는 24개에 달하는 플랫폼을 궁극적으로 8개로 줄이고 부품 모듈화, 부품업체 대형화 등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까지 '글로벌 톱5'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철강경기 불황을 맞은 포항제철도 경비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사 차원의 '6시그마' 경영혁신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각 사업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갖춰 수익극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코오롱도 핵심 수익사업에 집중, 저수익.비주력사업을 정리해 나갈 방침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적극 육성하되 세전이익이나 자금흐름상 적자사업이나 투자수익률이 낮은 사업 등은 과감히 청산,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사업체질을 개선키로 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