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인사관리 전문 컨설팅사인 타워스 페린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이 조사대상 25개국중 23위로 최하위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린사가 매출액 5억달러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금년 4월1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CEO들의 평균 연봉은 21만4천달러로 태국(13만8천달러), 중국(8만9천달러)보다는 앞섰으나 말레이시아(30만달러)보다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봉은 1만7천달러로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1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우리나라 CEO들의 연봉이 이처럼 절대 금액에서는 물론이고 생산직과의 상대비교에서도 낮게 조사된 것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국가간 연봉의 포괄범위가 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CEO들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업무추진비 등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명경영은 물론이고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서도 CEO 연봉문제에 대한 구태의연한 인식은 시급히 전환돼야 한다고 본다. 기업경영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 확립이야말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페린사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CEO의 연봉은 영미식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1위) 캐나다(4위) 영국(7위)이 높게 나타난 반면 독일(16위) 프랑스(14위) 네덜란드(10위) 등 대륙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낮다. CEO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는 대신 엄격한 책임추궁이 뒤따르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우량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된 영미식 CEO 보상체계가 점차 확산돼 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기업이나 금융.공기업 부문에서는 영미식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연봉면에서는 구태의연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 은행에서 업무추진비를 연봉으로 전환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기관의 규모나 책임성을 감안할 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장 연봉이 7천만원에도 못미쳐 민간 대기업의 부장급에도 뒤지는 실정이다. 이런 CEO들에게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아무리 강조해 봐야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 업무추진비 등을 축소하는 대신 연봉을 늘리는 서구식 보상체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