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chang@kowaco 옛 어른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지난 1월 예년보다 많은 눈이 내려 '올해 농사는 풍년이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옛 어른들의 말씀대로 금년 농사는 풍년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풍년은 정말 하늘의 은덕만으로 주어진 것일까. 우리는 지난 봄의 그토록 극심했던 가뭄과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가둬 두려고 밤을 지새우던 농부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가뭄이 그토록 심했는데도 어떻게 풍년농사가 가능했을까. 물론 농부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전국 다목적댐에서 90년 만의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물을 흘려 보내 주었기 때문에 풍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최근 풍년농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 이후 비다운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아 벌써부터 일부 지방에서는 마실 물이 부족하고 또 내년 봄에 겪게 될 가뭄을 준비하느라 농촌이나 산간벽지에 사는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같다는 보도가 신문지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겪어야 할 가뭄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제시된 것이 관정을 뚫거나 물차를 운영하거나 목욕탕의 영업시간을 조정하겠다는 등 극히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것들뿐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가 뭐래도 항구적인 가뭄대책은 '큰 물그릇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큰 물그릇,즉 댐을 만들어야 하고 이미 정부에서 중소규모 댐 건설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영월댐 백지화 이후 댐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은 "우리 마을만은 댐이 들어설 수 없다"고 주장하며 댐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1980년대까지 수자원 확보에 필요한 댐을 대부분 건설해 둔 미국 등 소위 선진국들이 90년대 이후 다른 나라에는 댐을 만들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비록 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로 선진국의 오만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안정적인 물 사용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양의 수자원을 확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에게 가뭄 따위는 제발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지만 첨단과학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이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댐 건설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흔히 정치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상생(相生)이라는 단어가 서로 함께 잘 살기 위해 공통분모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때 그 어느 분야보다도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금강 상류에 건설된 용담댐은 전북 충남북 및 대전지역 환경단체와 지자체간에 이런 저런 마찰이 있었지만 상생의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충청과 전북지역의 물 걱정을 더는데 큰 공헌을 했다. 전북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용담댐에서 대청댐으로 물이 안정적으로 흘러 들어오니 설혹 내년 봄에 다시 가물어도 금강유역의 주민들은 안심하고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은 대체수단이 없다.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의 형제자매인데 댐 건설을 반대만 할 것인가. 더불어 사는 사회,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물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물 때문에 고통받는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기본적인 책임 회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