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의 합병에 이은 2차 은행합병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나+제일'은행과 '신한+한미'은행의 짝짓기다. '신한+한미'은행간 합병엔 서울은행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은행권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여진다. 물론 합병 대열에 이름이 거론되는 은행들은 합병 추진 사실을 부인한다. 일부 은행은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이란 성과에 집착해 합병설을 흘리며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어쨌든 2차 은행합병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현재 합병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하나+제일'은행. 이미 수개월간 이어져온 논의가 마무리 단계다. 이르면 내달중순께 합병 발표가 나올 예상이다. 관건은 제일은행의 과잉인력 축소. 하나은행은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에 인력 감축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뉴브리지가 이를 어느정도 받아들이느냐가 합병 성사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최근 얘기가 흘러나온 '신한+한미'은행의 합병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하나와 제일이 합병하면 남는 우량은행은 신한과 한미은행 뿐이다. 따라서 두 은행 모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또 신한과 한미은행은 은행의 건전성이나 상업성 면에서 '찰떡 궁합'이라는게 시장의 평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한과 한미은행이 실제 적극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신한.한미은행이 합병에 합의했다'는 28일 일부 보도에 대해 "소설이다"고 잘라말했다. 하영구 한미은행장도 이날 "신한은행과 합병을 논의한 사실이 없으며 대주주인 칼라일로부터 신한은행과의 합병과 관련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로부터 서울은행을 인수토록 압력을 받고 있는 신한은행이 서울은행을 피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미은행과의 합병을 서둘러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감위 쪽에서 '신한+한미' 합병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은행 관계자는 "통합 국민은행 출범이후 은행간 합병 논의가 활발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오히려 합병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