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용(61) INI스틸 회장이 경영일선을 떠남으로써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신화'의 일익을 담당했던 1세대 전문경영인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INI스틸은 26일 박 회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 INI스틸 대표이사회장직과 이사회 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으나 구체적인 사임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명박(60), 이내흔(66), 심현영(62)씨 등과 함께 정 명예회장과 함께 맨발로 현장을 누비며 오늘의 현대그룹을 일군 전문경영인의 한 사람으로 그의퇴진은 이들 1세대 경영인들의 시대가 종료됐음을 뜻한다. 박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주로 해외영업과 기획분야에서 일했으며 해병대 출신다운 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현대그룹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주연급 조연'의 역할을 수행했다. 80년 현대건설 해외영업이사 시절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리베이트와 관련해 1년동안 옥살이를 했고 정 명예회장이 대선에 출마했던 92년엔 국민당 대선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았다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회장과 함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박 회장은 99년 대북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현대상선 회장에서 INI스틸 회장으로 밀려났으며 최근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맥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기퇴진설에 시달려왔다. 한편 현대그룹의 1세대 전문경영인중 65년 7월 현대건설의 경리사원으로 입사한뒤 입사 12년만인 77년 36살의 나이로 사장에 오른 이명박씨는 현대건설 회장직을던지고 15대총선에 출마,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뒤 최근 증권중개회사인 `e-뱅크'를 세워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주택업계의 대부인 심현영씨는 현대그룹의 2세들이 경영일선에 진출한 96년 현대를 떠나 청구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최근 채권단에 의해 현대건설 사장에 임명돼 친정을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고, 이내흔씨는 현대건설 회장을 거쳐 지금은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의 그룹 분리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명예회장을 따랐던 인물들도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박 회장의 퇴진은 벌써부터 예정돼 있었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섭기자 l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