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와 유로화의 동반약세로 국제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큰 걱정이다. 양대 기축통화의 동시불안은 세계경제의 회복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태국발 통화불안이 순식간에 아시아 전체로 전염됐던 지난 97년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물론 1천억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당장 외환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겠으나 엔화가치의 가파른 하락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3년2개월만에 달러당 1백30엔을 넘어선 엔화가치의 급격한 추락이 일본 당국의 의도적 용인하에 이뤄지고 있는 인상이 짙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본당국의 인위적 엔화약세 정책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촉발시킬 게 뻔하다. 이런 조짐은 중국이 엔화 약세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한데 이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비슷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만일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아시아 경제는 지난 97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통화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기초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엔저는 당분간 기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은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 경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 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일본 당국은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 경제구조의 특성상 엔저로 인한 경기회복 효과는 제한적인데 비해 자금이탈로 가뜩이나 부실한 금융권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에 따른 경제회복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에 제동을 건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유로화의 동반하락도 통화불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유로화는 아르헨티나 사태로 유로권 은행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은 충격에서 벗어나 유럽경제의 조기회복 전망에 따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일본 당국은 이웃 나라들의 인위적 엔저에 대한 우려를 겸허히 수용함으로써 아시아 경제가 동반위기에 빠지는 파국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