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hyun@moge.go.kr 사무실에 일을 아주 차분하게 하고 가정적으로도 두 아이의 엄마 노릇을 충실히 하는 여성이 있다. 우연히 파일을 훑어보니 바로 말띠 해에 태어난 여성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말띠여성은 팔자가 드세다고 해 결혼상대로 꺼리게 됐고 이에 따라 말띠 해에 태어난 딸은 큰 서러움을 받는 풍습이 생겼다. 조선시대 왕비 중에도 말띠가 다섯 분이나 계셨다고 하니 우리 고유의 풍습은 아닐 테고,중국에서도 이와 같은 터부를 찾아볼 수 없으니 동양의 일반적인 현상도 아니다. 오직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이러한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이는 일제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신임이 틀림없다. 컴퓨터와 첨단과학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이 일제시대 미신의 잔재가 우스꽝스럽게 남아있다. 더욱 기막힌 일은 현대의학이 이 터무니없는 미신을 돕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말띠 해인 1990년 남자아이 1백16명에 여자아이 1백명 비율로 신생아가 태어났는데,이러한 불균형은 조물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최신 의학기술에 의한 태아의 성 감별과 인공 임신중절의 결과다. 쥐가 달리기 시합에서 소등에 올라타고 가다 골인지점에서 먼저 뛰어내려 일등을 했기 때문에 모든 동물들을 제치고 맨앞의 띠가 됐다는 설화는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말띠 여성에 대한 미신은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이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억지로 거스르려는 모습은 참으로 슬프게 한다. 미신을 지키기 위해 과학을 동원,태어나는 생명의 싹을 무참히 자르는 일은 정말 아이러니라 할 것이다. 지난 90년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이 스무살이 되는 2010년께는 신부감이 신랑감에 비해 20% 이상 부족하다고 한다. 말띠 여성이 결혼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 남성들이 결혼을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임오년(壬午年) 새해에 태어나는 모든 말띠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축복과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