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특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업내용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각계각층의 기대가 큰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당장 내년중에 인터넷으로 주민등록등초본 사업자등록증 등 각종 민원서류 조회·발급을 비롯해 세금신고와 납부까지 가능해지면 민원행정 처리가 빨라지고 서비스도 크게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모든 정부조달 업무의 온라인 처리로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지고,동시에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크게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몇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우선 범정부 차원에서 이 사업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기구를 지정해 실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기관간 협조부족이나 이해상충을 효율적으로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서울시와 구청들이 서로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바람에 5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구축한 전자문서결제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그 결과 1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구청들의 전자결제 비율이 20% 수준에 불과한 것도 바로 그런 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세계적인 전자정부 솔루션업체인 SAP측 관계자가 "한국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전자정부 구축은 시작단계"라며 "정부의 정보화를 맡은 실무자로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보면 총괄 책임자가 없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마땅하다. 또한가지 아쉬운 대목은 이번 전자정부특위 보고내용에 내년 말까지의 업무계획만 있을뿐 내년 이후의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말까지 완성할 예정인 통합 행정정보시스템은 단순히 하드웨어에 불과할뿐 이것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느냐는 것은 보안시스템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보완하고 발전시키느냐,그리고 일선 행정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기 편리하게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볼 때 관련 외국업체들이 "정권이 바뀌어도 비전을 바꾸지 말고 정보화를 계속 추구해야 한다"고 충고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정보시스템도 일반 국민들이나 일선 행정기관에서 이용하기 불편하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며,철저한 현장검증과 사전준비를 소홀히 할 경우 기대한 효과를 얻기는커녕 자칫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관계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