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푼 돈이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급등은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외환위기 이후 어느 정도 꺼진 버블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내년도 임금과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므로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스럽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엔화가 달러당 1백30엔을 넘어서 우리 경제에 큰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엔화의 평가절하는 대부분의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의 수출을 감소시켜 그렇지 않아도 줄어들고 있는 수출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엔화의 이같은 가치하락은,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켜 우리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상당한 외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은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런데 세계경기의 침체에 더해 일본 엔화가 평가절하돼 우리의 무역수지흑자 전망을 어둡게 해 또 다른 위기를 걱정하게 한다. 엔화의 평가절하는 우리 원화의 평가절하를 초래할 것이고,이는 국내 수입물가를 높여 비용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시도하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을 큰폭으로 평가절하시키지 않는 정책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통화량이 증발돼 있는 지금 환율이 오르면,이는 곧 원가상승에 의한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지금도 약화돼 있는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다 엔화 약세로 인한 원화의 평가절하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주식투자자본이 유출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외채부담도 늘어나게 한다. 이러한 악영향을 고려할 때 우리는 엔화환율의 평가절하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먼저 환율이 고평가되지 않도록 하면서 경기부양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환율의 고평가는 아르헨티나 사태에서 보듯이 외환위기를 가져오고,또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엔화의 절하속도를 고려해 환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절하시키면서 신축적인 경기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목표를 4% 이상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내년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후년 경상수지가 걱정된다. 또 이미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경험했듯이 과도한 경기부양책 다음에 이어지는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높게 해 투자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내년 환율정책과 경기정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으로 유입되고 있는 돈을 생산적인 기업투자로 이어지도록 정책수단을 신속히 사용해야 한다. 부동산의 특성상 일단 버블이 생기고 나면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또 버블이 꺼질 때 애써 정상화시켜 놓은 금융기관이 다시 부실화될 것을 감안하면 지금 구조조정 도중에 발생하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환율상승에 의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요인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이제 완전 개방경제체제이므로 통화량을 증대시켜도 물자의 공급부족분을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 때문에 수입할 수 없는 부동산가격 이외에는 과거와 같이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가는 환율과 임금이 오르는 비용상승의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특히 환율이 상승하면서 경기가 부양될 때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내년도 경기부양과 동시에 환율상승이 있게 될 경우,우리는 올해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정책을 조정함과 동시에 물가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kimjs@yonsei.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