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한달 이상 머리를 맞대고 어렵사리 이끌어낸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으로써 또다시 파업 위기에 몰렸다는 것은 일부 대기업 노조원들의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조합원들이 노사 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1인당 5백61만원(총 2천7백억원)에 달하는 연말 상여금이 적다는 의사표시라니,계열사나 다른 기업 근로자들이 느끼고 있을 위화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경기침체로 대다수 기업들이 상여금은 고사하고 임금마저 동결되거나 깎이는 판에 순이익의 20%에 달하는 상여금이 너무 적어 받을수 없다는 건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 노사가 지난 17일 합의한 잠정안은 우리의 기업일반 현실을 무시하고 노조의 요구를 너무 무리하게 수용했다 하여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온 터이다. 현대차가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내기까지 누구보다도 현대차 임직원의 노력이 컸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의 국가신인도가 많이 회복되고 기업환경이 호전된데는 국민적 희생이 컸던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현대차의 과실은 현대차 근로자들만의 돈잔치에 사용돼선 안된다. 현대차의 수출호조가 상당부분 '10년간 10만마일 무상보증제'덕분이라고 볼 때 그에 따른 추가 부담금 적립 등,많은 사내유보와 추가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현대차 사태에서 보듯이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우량기업일수록 노사분규가 상습화되고 있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상이다. 이는 우량 대기업 근로자들의 이기심과,분배에 초점을 두는 잘못된 노사협상 방식이 결합해 빚어진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들처럼 분배보다는 고용안정과 근로자의 능력개발 쪽에 무게를 두는 협상방식으로 옮겨가야 할 때다. 우리는 이번 현대자동차 사태가 꼬이게 된 근원적 요인이 노노(勞勞)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대차 노조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10여개의 별도 현장조직이 각각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노조원을 거느리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주도권 잡기 경쟁이 노사합의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순수한 노조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당한 노동운동의 범주를 벗어난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