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매각되는 건가요,다른 은행과 합병하는 건가요" 미궁속에서 헤매는 서울은행의 앞날과 관련,이같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에선 매각작업에 열을 올리는 반면 또다른 쪽에선 합병을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행은 1999년 HSBC와의 매각협상 결렬이후 올들어 해외매각을 다시 추진했지만 지난 10월초 무위로 끝났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서울은행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에 서울은행은 국내 매각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강정원 서울은행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서너곳과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성과를 거두겠다"며 매각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강 행장의 입장표명에 대한 금융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금융당국은 "인수여력이 있는 국내기업을 찾을 수 없는데다 독자적인 수익모델도 없는 상황"이라며 "매각보다는 합병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당국의 입장을 간파한 조흥·외환은행은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그러자 이번엔 금융감독위원회가 태도를 바꿔버렸다. "우량은행과 합병하는게 최선"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결국 현재로선 서울은행이 벌인다는 서너곳과의 협상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시중은행을 특정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중인 매각협상작업은 시간 벌기 전략이라는 관측도 이래서 나온다. 물론 서울은행의 처리가 '발등의 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부실요인을 상당부분 정리한데다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리시한을 무작정 늦출 수는 없다. 기업가치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영업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금융당국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장진모 금융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