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매각대금 5천억원, 하자보수비 5조원. 1999년 12월 단돈 5천억원을 받고 뉴브리지캐피털에 판 제일은행이 두고두고 '돈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이제까지 들어간 공적자금이 무려 16조4천2백6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풋백옵션에 따라 지출한 것만 지난 5월 말까지 3조6천억원에 달한다. 풋백옵션이란 일종의 하자보수계약. 예금보험공사와 뉴브리지가 체결한 풋백옵션계약은 향후 2∼3년간 제일은행에 추가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예보가 책임을 져주는 내용이었다. 풋백옵션 때문에 예보가 물어야 할 공적자금은 내년 말이 되면 5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에 보전해 줬어야 할 7천1백억원은 쌍방간에 소송이 붙어 아직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재경부는 이것까지 합쳐 내년 말까지 1조8천억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풋백옵션 계약으로 예보가 쓰는 비용은 모두 5조4천억원으로 늘어나고 제일은행에 들어가는 공적자금의 총계는 18조2천억원이 된다. 현재 이 분쟁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A)에서 다뤄지고 있다. 문제가 된 여신은 모두 20여건. 대부분 풋백옵션 계약서에 열거돼 있지 않은 유형의 부실여신이다. 예보는 "계약서에 열거되지 않았으니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뉴브리지측은 "당초 계약할 때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책임지는게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풋백옵션에 따른 비용이 예상외로 커지자 정부는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 금융회사를 민영화할 때 풋백옵션 없이 팔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자보수 계약이 없을 경우 매입자측은 최소한 그로 인해 자신에게 올 수 있는 위험만큼을 가격에서 깎을 것이 뻔하다. 결국 풋백옵션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어떻든 제일은행 풋백옵션 계약에 대해서는 장차 철저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