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약세 현상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제금융시장,특히 아시아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일본이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중심지가 될지 모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일본 금융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어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의 엔화약세 현상이 구조적으로 일본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일본의 10대 민간경제연구소 가운데 8군데가 내년도 일본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내놓았었다. 이는 엔화가치 하락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된다면 세계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란 판단 때문에 미국도 엔저를 어느정도까지 용인하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엔화약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엔화약세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져 달러당 1백30엔대를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18일 엔화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돼 달러당 1백30엔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엔저의 파장을 걱정만 하고 있을 때는 지났다는 얘기다. 엔화가치 하락과 상대적인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수출현장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은 여러차례 지적한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아시아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일본이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사실에서도 알수 있듯이 자칫 일본 엔화의 가치하락이 아시아국가들의 환율경쟁으로 번질 경우 국제외환시장 불안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우리경제는 세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주식시장 등에 외국인자금의 유입여지가 크다.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도 상승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이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엔화가치의 지속적 하락에 대한 전망과 파장을 면밀히 분석,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처방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