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산업자원부 차관보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장안의 화제다. 화려한 무대장치 못지않게 흥미를 끄는 것이 스토리 구성인데, 사랑과 오페라의 완성을 위해 열정을 쏟는 유령의 모습이 큰 감동을 준다. 21세기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유령같은 존재'는 무엇일까를 떠올려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성장의 활력을 잃어가는 제조업, 또 약화되는 수출 기반에 돌파구를 찾는 작업은 실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 대답은 바로 서비스산업에 있다. 서비스산업의 진정한 의의는 그것이 제조업의 수익구조를 고부가 가치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경제의 지속 성장을 가능케해 준다는데 있다. 서비스산업은 전체 고용의 61.1%, 사업체 수의 87.4%, 국내총생산(GDP)의 49.0%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수출입이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9%, 외국인 투자에서도 서비스분야가 53.1%를 차지하는 등 내수와 무역에서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함께 우리 경제의 중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 인해 서비스업이 새로운 성장 엔진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만달러 이상인 선진국은 서비스산업의 성장 및 고용 비중이 최소한 70% 이상을 차지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상품수지의 적자를 서비스수지 흑자로 만회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산업자원부는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 등과 함께 '하반기 경제운영 계획'에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수립, 반영하는 한편 '서비스산업 활성화대책'도 마련했다. 이들 대책에는 전반적인 서비스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시책, 제조업 지원서비스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서비스활성화 시책, 국제수지 방어 및 서비스수출 강국으로의 진입을 위한 서비스수출 진흥시책 등이 담겨 있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시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미 제조업에 비해 차별적으로 규정돼 있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중소기업 범위를 30명에서 50명으로 확대, 서비스산업의 성장기반을 확충했다. 이 조치로 약 8천3백여개 서비스영위 업체들이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서비스산업의 품질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를 국가표준(KS) 대상에 포함시키고 서비스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공업제품 위주로 돼있는 산업표준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화 현상에 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산업표준화법 개정을 통해 서비스 분야도 표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함께 서비스산업 지원 1조원 특별펀드를 조성, 지금까지 금융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서비스산업에 대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관심을 갖도록 했다. 산자부는 지난해 12월17~21일을 '서비스산업 주간'(Service Industries Week)으로 선포한 바 있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것으로 산자부는 이를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아울러 서비스가 단순히 제조업을 서비스하는 차원을 넘어 서비스산업이 우리 경제를 선도한다는 인식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올해도 12월17~21일을 서비스주간으로 선정,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경제 패러다임이 지식과 정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서비스산업이 발달된 곳에 제조업이 입지하는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경제의 서비스화, 제조업의 소프트화에 적극 대응해 우리나라가 21세기 동북아 서비스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