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이 '차세대 비즈니스 키워드(Keyword)'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조업 소프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과거 제조업을 지원하는 '보조산업'에 머물던 서비스업이 제조업 성장을 앞장 서서 이끄는 '전위 산업'으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이미 서비스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가경쟁력도 제조업 우위가 아니라 서비스업의 우위에 의해 판가름난다. 미국만 하더라도 제조업이 아니라 세계 최강의 금융과 물류 등 서비스업을 통해 국가경쟁력이 배가되고 있다. 반면 제조업 경쟁력에 치중해온 일본과 독일은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미국보다 처진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고 이는 전체 국가경쟁에서 상대적으로 힘겨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독일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컨벤션산업과 금융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일본도 금융개혁에 골몰하고 있는 것다. 이는 서비스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선 '세계일류'로 자리매김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도 서비스업에서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최근 예상밖에 좋게 나온 각종 경기지표는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의 선전과 함께 유통 등 몇몇 서비스분야의 버팀목 덕분으로 봐야 한다. 아직 자동차 선박 등 기존 제조업들이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장래는 불안하다. 세계 1위의 선박 건조량을 자랑하는 조선 산업의 경우 중국의 추격 속도는 한국의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돈다. 일본의 선박 산업이 한국에 추월당했듯이 한국도 멀지않아 조선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데 대해선 업계 스스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9.0%(지난해 기준)으로 제조업의 31.5%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또 조만간 GDP의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될 만큼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용비중은 61.1%로 제조업(20.2%)의 세배를 웃돈다. 그러나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비중은 아직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서비스업 GDP 비중이 70%를 웃돌고 있고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모두 60%를 넘는다. 서비스업 고용 비중도 선진국들은 모두 60%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그만큼 많이 남았다는 얘기다. 또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물론 현 정부가 당면한 최대 현안의 하나로 떠오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서비스업에 대한 보다 강력한 육성이 필요하다. 정부도 현재 우리 경제의 중심 축인 제조업에 비해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상황으로 분석한다. 제조업 분야에 대한 경영컨설팅이나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지식서비스 투입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아웃소싱(외주)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산업의 미발달로 벤처산업 성장도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서비스업 육성을 향한 대내외적인 여건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가능성은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자부 등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바라보는 한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다. 실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지난 99년이래 3년 연속으로 제조업 투자를 크게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9년 서비스업 FDI 비중이 51.3%로 전체 투자의 절반을 넘어선 뒤 지난해 53.1%, 올해 11월까지 7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진대 산자부 유통서비스정보과장은 "산업경쟁력 강화 및 경제 재도약의 토대로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서비스강국으로 만들어간다는데 범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서비스업 발전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 세계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써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는 추세에 적극 대응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 발전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