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또 저물어가고 있다. 2001년에는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무엇보다도 9월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테러사건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경악하고 마음 아파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나마 올해가 가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등지 탈레반 병사들이 항복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이러한 테러 사건은 물론 보복과 역보복의 악순환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반면 2001년은 세계경제 질서와 관련하여 괄목할 만한 일들이 있었던 해이기도 했다. 우선 중국이라는 거대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일원이 되기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로 인해 세계에는 거대 시장이 정식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스스로도 그들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활발한 성장을 누리고,나아가 비교우위분야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에 덧붙여 러시아도 멀지 않아 WTO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1백4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WTO 제4차 각료회의는 21세기 새로운 무역질서의 틀이 될 뉴라운드(New Round) 다자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 앞으로 관련 국가들 간에 많은 협상과 구체적 논의가 상당기간 필요하겠지만,전 세계 주요국들은 적어도 보호주의를 지양하고 자유무역경제체제를 수용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아직 여러 가지 의문점을 안고 있고 또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에 의해 회의론이 제기되고는 있지만,세계경제의 글로벌화라는 추세는 앞으로 계속 힘을 얻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는 분명 우리에게 국내시장의 개방,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경쟁 등 많은 어려움을 안겨다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시장에서의 각종 장벽들이 낮아지고,새로운 시장들이 접근 가능해진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기회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화에 대한 대비에 한층 더 과감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물론 정부정책 차원에서의 대비책은 필수적이다. 글로벌화의 혜택은 물론 그것으로 인한 피해까지도 사회 각 분야에 골고루 배분되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꽃을 피우고 그로부터의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넓고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 못지 않게 개별기업들의 책임도 막중하다. 결국 글로벌화의 결실을 맺어나가야 하는 주체는 바로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글로벌화는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과정이다. 경쟁력없는 기업이 각종 보호막 뒤에 숨어서 살아갈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요구하는 것을 경쟁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뚜렷한 경쟁우위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한 우위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자들에 의해 무력화되기 어려우며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시장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그것을 세계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한층 더 과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역량이 원가이건 제품품질이건 아니면 기술력이건,필요한 것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로벌화는 우리기업들에 많은 도전을 제공할 것이다.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도전이 있을 때 강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불과 며칠 후면 2002년 월드컵의 해가 된다. 국민 모두가 글로벌 수준의 에티켓을 생각하고 있듯이 기업은 글로벌수준의 경쟁력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dhkim@yonsei.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