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일 < 포도전국협의회 회장 mti161@my.donga.com > 12월 6일자 한국경제신문 6면에 게재된 '우리바나나 소동과 FTA'라는 글을 읽고 잘못된 사실의 인용과 FTA(자유무역협정) 및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바나나 사례를 들면서 소신 없는 농업통상정책과 농산물에 대한 높은 수입장벽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만 우롱당했다는데,이는 농업이 가지는 기본적인 의미와 세계 각국이 취하고 있는 농업통상정책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데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을 비롯 세계 어느 나라고 자국의 농업과 농촌사회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정책을 펼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이는 농업이 다른 산업과 달리 상품생산 외에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식량안보,자연환경보전,경관효과,생물다양성,농촌의 쾌적성 제공,홍수조절,토지보전효과,국토의 균형적 발전 등 소위 농업의 다원적 기능 때문이다. 둘째 한·칠레 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를 우리의 시설포도와 사과 배 때문인 것으로 들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어떤 자료에 근거해서 이러한 논리를 내세웠는지 모르겠지만 협상이란 자국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기는 것인데 어떻게 우리 농산물 때문이겠는가. 더구나 우리나라가 포도에 대한 협상안으로 제시한 것은 우리의 노지재배 포도가 출하되는 5∼10월에 계절관세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글쓴이가 언급한 시설포도의 출하시기에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이에 대해서는 칠레측이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우리 시설포도 재배농가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과 배에 대해서도 칠레가 앞으로 수출할지도 모르는 품목인데 이로 인해 협상이 방해되어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현재 칠레는 우리 입맛에 맞는 후지사과 신고배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양 품목 모두 세계 제3위의 수출국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농산물 수출그룹에 포함된 칠레의 경우도 캐나다 멕시코 등 여타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서 밀 식용유 설탕 낙농제품 등 자국의 민감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특별취급 내지는 관세 철폐 계획에서 제외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뉴질랜드와의 FTA 협상과정에서는 칠레 낙농업계의 집요한 반대로 1997년 말에 협상 자체가 중단된 경우도 있다. 셋째 일본이 농산물분야를 예외로 취급하면서 맺은 싱가포르와의 FTA체결 등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체결된 대부분의 FTA 치고 자국의 민감분야(특히 농업)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은 경우가 없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농업분야가 가장 취약한 일본이 이러한 부문의 국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첫번째 FTA 대상국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산물 수출국인 칠레도 지금까지의 FTA체결과정에서 자국의 민감 농산물에 대한 보호장치를 유지해 왔고 현재 진행중인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자국의 민감한 밀 등의 특별취급 주장으로 현재 협상이 난국에 처해 있음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