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최근 가속화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이후 가전제품 관련기업에서 시작된 일본 대형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성공을 거두자 일본 IT업체들도 속속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내년 본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현지법인을 세운 일본 3대 가전업체 가운데 하나인 JVC코리아는 설립 1년만에 매출 1천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지법인 설립후 JVC의 국내 매출은 수입판매 대행업체를 통했던 때보다 5배 정도 증가했다. 그동안 국내 총판을 통해 노트북PC를 판매했던 도시바는 올해 안으로 자본금 27억원에 직원 60여명 규모의 도시바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코리아(이하 도시바코리아)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차인덕씨를 내정했다. 도시바코리아는 노트북PC를 비롯해 도시바가 세계적으로 시장경쟁력을 인정받고있는 오디오, 비디오 기기, 프로젝션TV, PDP TV 등 디지털 가전제품 판매에 집중할계획이다. 도시바코리아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임을 내세워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내년 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 10일에는 세계 가정용 비디오게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제작, 판매하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내년 2월부터 플레이스테이션2에 대한 공식 판매에 나선다. 국내에 직접 진출하는 이들 일본 IT기업의 특징은 국내 대기업의 독무대인 이른바 `백색가전' 시장을 피하고 세계적인 품질을 가진 디지털 기기를 앞세워 국내기업이 놓치고 있는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 JVC의 경우 소형 캠코더, DVD플레이어, 미니오디오 등이 고가임에도 세계적으로인정받은 품질때문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았으며,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초기단계인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도시바코리아 역시 초기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는 디지털 오디오.비디오 기기와 프로젝션TV, 대형 PDP TV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국내 반일 감정을 의식, 대규모의 문화행사나 운동경기를 후원하는등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한국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지난 74년 국내에 진출한 한국후지쯔 관계자는 "본사차원에서 한국인 사장을 임명해 막강한 경영권한을 주고 각종 장학프로그램, 사회환원 프로그램의 실시가 한국진출 성공의 원인"이라며 "최근 진출하는 일본기업들도 현지화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제(日製)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일본 대형 IT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