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는 지난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대부업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법안'의 내용 중 연 60%의 제한이율규정은 쏙 빼고,대부업 등록에만 초점을 맞춘 법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 연 60%의 금리상한선을 지키는 대부업자에게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면혜택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번에 통과한 법안의 내용은 대금업자를 양성화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사금융이용자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는 무색케 되었다. 이 법안은 현실의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을 뿐 아니라,법리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이 법안은 대부업자가 등록을 하지 않으면 아무 실효성이 없는 맹점을 안고 있다. 대부업자의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데,이미 연 1백50% 이상의 고리로 재미를 본 사채업자가 세금혜택을 받자고 연 60% 미만의 이자로 등록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사채업자의 속성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등록을 하는 사채업자는 현재 탄탄한 자금력을 매개로 사채이율을 인하해 우리 사채시장을 잠식하는 일본계를 비롯한 외국계 대부업자 정도일 것이다. 둘째,사채업자에게 세금감면을 하는 것은 공평과세원칙 및 형평에 어긋난다. 최근 사채업에 뛰어든 상호신용금고를 비롯한 제도금융권은 연 60% 미만의 아무리 낮은 이자를 받아도 조세감면혜택을 못받는데,사채업자로 제한이율을 지키면 조세감면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 봉급생활자가 고리채를 이용할 때 그의 봉급은 고스란히 소득세에 노출되어 과세되는 반면,사채업자는 고리로도 이익을 보고 소득세도 감면받는 이중혜택을 받는 셈이 된다. 셋째,법안에 의하면 연 60% 이상의 고리를 받는 사채업자는 등록만 하면 초고리의 폭리행위를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을 뿐더러 법률적으로 정당화되는 문제점이 발견된다. 심지어 연 1천%의 고리를 챙겨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것인가. 어쩔 수 없이 사채시장을 이용해야 하는 서민은 신용불량자 3백여만명을 포함,약 5백만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엄청난 고리를 왜 이용하느냐고 탓할 수 있지만,취약한 우리 금융구조 아래서는 너무 많은 수가 사채시장에 노출돼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사전에 신용카드 발급 등을 엄격히 하고,어쩔 수 없이 신용불량자로 취급되는 자들을 신용사면 등을 통해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다양한 신용조사 및 금융수단도 개발해 가능한 범위에서 이들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반사회적 행위가 난무하는 사채시장에 대한 규제를 방치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현재 극성을 부리는 고리채를 근절하기 위해선 우선 연 60%의 제한이율을 지키는 대부업자에게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폭리를 취하는 대부업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급선무다. 이와 동시에 종전의 이자제한법을 조속히 부활해 그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입법해야 한다. 이자제한법에서 무효로 하는 제한최고이율을 두되,그 구체적인 범위는 종전처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채시장은 기본적으로 지하경제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채시장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같은 처방은 사채시장의 속성상 고리약정을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속과 처벌이 강화될수록 대금업자는 다시 지하로 숨어들어갈 것이 명약관화하고,설사 대금업법 등을 통해 대금업 자체를 양성화한다 하더라도 고리약정 자체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고리대금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규제하다 보면 개인간 채무와 금융기관의 이자율은 고리에 방치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이상하리 만큼 사채업자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이제 고리규제에서 정도를 걸어야 한다. 고리채에서 규제완화와 시장경제논리는 환상일 뿐이다. tspaik@bubble.yonsei.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