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은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조만간 9·11테러 배후 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을 그들 스스로에게 맡겨야 할 시점인가. 대답은 분명 '노(NO)'이다. 이 시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운명을 스스로에게만 맡겨 놓는다면 이는 미국이 지난 1989년 옛소련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아프간 운명을 파키스탄에 넘겨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그후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탄생시킨 군조직과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도와왔다. 미국이 지금 아프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당시 아프간의 운명을 너무 빨리 제3자에게 맡긴 결과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주된 목적은 빈 라덴 체포보다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킴으로써 언제,어디든 지구상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목적이 달성되려면 아프가니스탄이 확실하게 정치적으로 중립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탈레반과 유사한 세력이 나타나 이슬람 과격파들에게 은둔처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가 탈레반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하지 않으면 크게 두가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무정부 상태와 종족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아프간 4개 정파가 과도정부 구성안에 합의하고 각료를 확정했지만 향후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아프간에서 최대인구를 차지하는 파슈툰족과 대부분 북쪽에서 살고 있는 비파슈툰간의 갈등도 우려된다. 대부분 파슈툰족으로 구성된 아프간 남부에서 탈레반과 비슷한 집단이 형성될 수 있고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접경지역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아 알 카에다가 두 나라를 오가며 조직을 재건할 수도 있다. 파키스탄이 아프간에 대한 전략과 입장을 진심으로 바꾼다면 파키스탄에 '탈레반 이후 아프간'구성에 주도적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여전히 북부동맹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과거에서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중립화는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정부구성을 통해 가능하다. 이는 바람직할 뿐더러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북부동맹이 파슈툰족 등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선의는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다. 북부동맹이 카불을 완전장악하고 권력에 자신감이 생기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추측하기 어렵다. 유엔은 이미 많은 나라 군인들이 주둔해 있는 카불에 들어가 연합정부를 구성하는데 정치적 조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유엔이 연합정부에 직접 개입하면 안된다. 단지 중개자의 역할만을 충실히 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된 분권적 국가다. 따라서 처음에 조금 마찰이 생기더라도 종족·지역적 기반위에서 자연스럽게 유연한 정부가 탄생하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국제사회는 또 아프간의 생활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기술적인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프간 재건과 함께 인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돼야 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fter Victory,Don't Abandon Afghanistan'이란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