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학서 사장 ] 올해 들어 신세계의 이마트 매장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상품을 잔뜩 쌓아놓고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하는 경우도 현저히 줄었다. 재고를 항상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진열해둔 상품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재고 손실"이 생기기 일쑤였고 물건이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GOT발주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이마트 점원들은 판매상황 변화에 따라 GOT단말기를 이용해 즉석에서 발주할 수 있게 됐다. 특정상품이 예상외로 잘 팔릴 때는 긴급발주를 한다. 이들이 입력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EDI(전자문서교환)시스템을 통해 거래선에 통보된다.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이마트 점원들은 특정상품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무렵 전화기를 붙들고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이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게다가 GOT시스템 도입에 힙입어 상품 재고일수가 이틀 가량 짧아졌다. 예전에는 상품이 입고돼 팔려나가기까지 평균 19일이 걸렸는데 이 기간이 17일로 단축된 것이다. 납품 프로세스도 절반 수준으로 간소화됐다. 올해 초 국내 최초로 표준물류바코드(EAN-14)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종래 14단계였던 납품 절차가 7단계로 줄었다. 검품인력도 1백20명에서 60명으로 줄어 연간 2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협력업체들도 상품을 점별로 분류해 손으로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어져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실적분석체제도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올해 초 데이터웨어하우스(DWH)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이제는 어느 점포에 어느 상품이 얼마나 쌓여 있고 얼마나 팔려나갔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예전에는 주별.월별 실적을 파악하려면 모든 점포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2,3일간 더하고 분석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이런 일이 1,2분이면 가능하다. 고객관리방식도 개선됐다. 신세계는 올해 초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웹 기반으로 재구축했다. 이에 따라 종래 분석팀에서만 이용했던 고객정보를 일반 판매사원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판촉물(DM)을 꼭 필요한 고객들에게 보낼 수 있게 돼 발송건수가 판촉행사당 10만건에서 3만건으로 줄었고 DM응답율은 5%에서 15%로 급등했다. 신세계는 지난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보화를 추진했다. 초기에는 재무시스템 물류시스템 EDI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차원에 머물렀다. 이어 지난해까지 조직간 정보화를 마쳤다. 올해는 시스템을 선진화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업정보화대상을 받게 됐다. 신세계는 2004년까지 전략경영시스템 전자카탈로그시스템 등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신세계의 경영실적은 최근 2년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매출은 99년 2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3조5천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5조3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99년 3백86억원이었던 세전이익도 올해는 1천5백8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경영실적이 좋아진 데는 정보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신세계측은 분석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