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한국의 생쥐'인 기아차도 '포효하고 있다'고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지가 최근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 아시아판 최신호(12월17일자)는 표지모델로 현대차 싼타페와 정몽구 회장의 사진과 함께 '현대차, 쾌속질주'라는 제목의 기사와 '한국의 생쥐 포효하다'라는 기아차 관련 박스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지난 99년 3월 정 회장 취임 당시 업계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경영자로서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가 일본차나 모방해 싼값에 대량판매하는 등 그저 현상유지나 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즉 해외시장에서 현대차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 문짝은 안맞고 차체는 덜거덕거리고 엔진은 힘이 없어 차가 잘 나가질 않는 상태였으며 정 회장이 과연 현대차에 회생의 숨결을 불어넣을지 아예 벼랑 끝으로 몰고 갈지 미지수였었다는 것. 하지만 정 회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고 취임 당시 현대차를 발전시킬 구체적인 복안이 있었으며 파격적인 수단을 강구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기사는 강조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가 울산공장에 내려가 쏘나타의 엉성함에 실망해 '볼트와 나사를 검정으로 통일하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어떤 차도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말도록'지시한 일화는 현대차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도약시키려는 야심찬 전투를 알리는신호탄이었다. 그 이후 품질관리본부를 설립했고, 경영진을 교체했고, 현대그룹에서 현대차를 분리 독립시켰고, 현대차 지분의 10%를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매각했다는 것. 또 정 회장은 지난 98년 경제위기 때 9억8천만달러의 '헐값'에 인수했던 기아차를 활용, 시장점유율도 높였다.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값싼 차로 세계시장에 물량공세를 하는 과거를 답습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품질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던 정회장은 미국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선택하고 R&D(연구.개발)에 대거 투자, 올해 14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차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싼타페. 또 도로에서도 튈 수 있는 싼타페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현대차는 차체를 길고 넓게 확장하기로 결정했는데 이것이 차가 너무 작다는 느낌을 주는 경쟁차종과 비교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기사는 강조했다. 구매층도 현대차를 사는 사람들은 대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신용불량자'이기 일쑤였으나 교육.소득수준이 1년 사이 눈에 띄게 상향됐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기사는 정 회장이 "수많은 한국 경영자들이 저지른 과오인 `대규모 사업 확장에 대한 유혹'을 이겨야 하며, '현대'라는 왕국을 건설하고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린 선친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